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책글생각 Jan 16. 2019

삐삐_전화번호가 사리진 스마트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삐삐’, ‘삐삐’ 


지금 저런 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자동차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려주는 소리, 컴퓨터가 이상이 생겨서 나는 소리 등이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9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저 ‘삐삐’소리를 듣고 무선호출기를 떠올릴지 모른다.


응답하라 1994를 보다 보면 추억의 물건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 삐삐는 지금의 세대들에게 새롭게 다가온 물건일 것이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삐삐를 통해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은 스마트폰의 카톡을 이용만 해봤던 사람에게는 어쩌면 특이하면서 신기할 일일 것이다. 90년대 유행했던 삐삐는 지금의 스마트폰만큼이나 대중적이었다. 한국이동통신이 82년에 시작한 무선호출서비스는 97년 1,5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물론 그 이후로 휴대폰의 등장으로 그 수는 급격히 줄어들어 2,000년에는 45만명이 되었다고 한다. 


‘삐삐’ 울리던 무선호출기는 그 소리 때문에 삐삐라고 불렸고, 삐삐가 울리면 음성 메시지를 듣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로 달려갔다. 그래서 삐삐와 공중전화는 서로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였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이런 삐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간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연락받을 숫자를 통해서 다양한 숫자약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연령대와 관계없이 잘 아는 천사를 의미하는 1004, 열렬히 사모한다는 1010235, 빨리와줘는 8255, 영원히 사랑해 0024, 돌아와 100, 이제 그만 만나요 2848, 이만 20000  다양한 숫자약어는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메시지들이었다. 삐삐를 접해보지 않는 세대들은 지금 들으면 아재 개그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이런 숫자조합은 유명개그맨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가끔은 이런 삐삐는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공부 집중을 방해하는 훼방꾼 역할도 했다. 수시로 울려대는 삐삐는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기도 했다. 


이런 삐삐는 연인들에게 오작교 같은 존재였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도 하고 보고 싶을 때는 삐삐를 통해 연락을 하면서 연인이 바로 공중전화 부스로 달려가 전화를 하며 연인의 목소리르 듣는 과정은 연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물론 직장인에게 이런 삐삐는 지금의 카톡처럼 매우 성가신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직장 상사나 사무실의 호출은 ‘또 왜 연락하는거야’라는 생각을 들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의 등장은 삐삐를 빠르게 사라지게 했다. 하지만 단지 삐삐만 사라지게 한 건 아니었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가족, 친구 등 사람들의 전화번호도 사라지게 했다. 굳이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휴대폰에 저장된 수 백명의 연락처는 힘들게 외우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몇 명의 연락처를 외우고 있다는 것이 자랑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 많은 사람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 해도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https://www.flickr.com/photos/cc_photoshare/10971245283


이런 삐삐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기는 시티폰, 폴더폰, 터치폰, 지금의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발달해왔다. 특히 삐삐와 휴대폰 사이에 있던 시티폰은 그 당시 사람들도 그 존재를 잘 모를만큼 빠르게 사라졌다. 


삐삐 사업자는 현재 서울이동통신만 남았다. 2015년 기준 사용자는 3만명 정도라고 한다. 기존 삐삐 번호 012는 2014년부터 4차산업혁명의 대표격인 사물인터넷에에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무선호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도교텔레메시지가 2019년 9월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한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지 51년만이다. 대신 무선호출서비스에서 사용하던 전파를 활용해 자연재해 발생 시,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은 노인들을 위해 위험을 알려주는 도구로 삐삐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도 언젠가는 삐삐 서비스가 종료되고 일본처럼 재난 예방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스마트폰처럼 대중화되었던 삐삐, 하지만 삐삐에서 사용하던 다양한 숫자약어는 여전히 전화번호 홍보가 필요한 대리운전, 이사 등에 활용되고 있다. 물론 카톡을 통한 일상에서도. 지금은 숫자 보다 이모티콘이 빠른 의사표현을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삐삐 시절 사용하던 숫자는 여전히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잊혀지지 않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삐삐, 시티폰, 스마트폰으로의 변화 속에서 기기의 사라짐 외에 우리의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혹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도 같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얼마나 더 빨라지고 있는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서점_온오프라인이 연계된 대형 서점과 온라인몰로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