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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Jan 16. 2019

라디오_영상 세대 속에서 음성의 부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자동차를 타고 혼자 출장을 갈 때면 항상 라디오를 튼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어도 되지만 왠지 라디오를 틀고 가는게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다. 아침에는 김영철의 파워FM, 오후에는 두 시 탈출 컬투쇼를 들으며 지루한 고속도로를 달린다. 라디오를 들으며 머리 속의 복잡한 생각을 지우려고 노력한다. 지금이야 라디오는 출퇴근 시 자동차에서나 듣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과거 라디오는 집에 오면매일 틀어보는 TV 드라마 같은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그 당시 유명했던 굿모닝 팝스를 들으려고 몇 달간 새벽에 일어난 적이 있다. 그러다 눈이 떠지면 듣고 눈이 계속 감기면 테이프를 넣고 녹음을 했다. 이렇게 녹음된 테이프는 수십개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그 테이프를 다시 들어본 기억은 거의 없다. 물론 라디오는 이런 용도로만 사용되지 않았다. 저녁 시간에는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을 듣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지금은 이 프로그램을 듣지는 않지만 그 당시 학생들은 별이 빛나는 밤을 들으며 공부로 지친 심신을 달랬다. 


몇 년전에는 노르웨이에서 세계 최초로 FM 라디오 방송이 사라진다는 기사가 나왔다. FM 라디오 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 오디오 방송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뭐든지 디지털 전환되는 이 시기에 이런 기사는 낯 설것이 없다. 누구나 그렇듯이 디지털은 이미 대세로 2~3살 아이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어린이부터 청소년들은 영상에 익숙하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알려진 이들은 음성에는 큰 관심이 없다.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보는 것을 통해 일상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래서 2018년 초등학생들의 꿈 순위 조사에서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가 5위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꿈이 그 사회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데, 영상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 같다. 자녀가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꼭 봤을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아마 대표적인 유튜브 방송일 것이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이제 캐리TV, 캐리 캐릭터, 캐리 키즈카페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아이들에게 음성 보다 영상이 중요해졌다.


이렇게 강력한 영상 시대 속에서 라디오는 두 시 탈출 컬투쇼의 보이는 라디오처럼 우리의 눈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귀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도 분명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지만, 보이는 것만큼 강력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음성을 중시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티맵의 NUGU는 음성을 통해 목적지를 검색할 수도 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또 리몬콘이 없어도 음성 명령을 통해 TV를 켜고 끄기도 하며 채널을 검색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가끔씩 장난삼아 ‘TV 틀어줘’, ‘디즈니 채널 틀어줘’ 등을 하며 TV와 대화를 하며 놀기도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T의 기술은 이런 음성 데이터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라디오 가전은 없어졌지만 라디오의 본질인 음성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으로 남겨져있다.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은 여전히 사람들이 사람들의 목소리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개성있는 목소리가 있고 그 목소리를 통해 사람의 온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팟캐스트 업체 팟빵은 2018년 12월에 오디오북을 1만권 이상 팔았다고 한다. 그 주역은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라고 한다. 네이버도 2018년 9월 오픈 한 달만에 5,000권을 팔았다. 


이런 기사를 접하다보면, 덜 자극적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천천히 움직이는 라디오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을 지킬 것 같다. 똑 같은 내용도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 목소리를 통해 듣는다면 새로운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추억의 라디오는 젖은 낙엽처럼 우리 곁에 바짝 붙어있다. 어쩌면 공기처럼 너무 바짝 붙어있어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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