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미디어윌은 무엇을 하는 회사일까요?”
가끔 기업 강의를 할 때, 이런 퀴즈를 낸다. 이 질문에 정답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미디어’라는 단어가 들어가 언론매체라고 하는 사람은 있지만 이 회사에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지금 이 책을 보는 분도 무슨 회사일까라는 생각만들뿐 잘 알지 못할 가능성인 높다. 하지만 ‘미디어윌’이라는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면, 대부분은 이 서비스를 듣고 ‘아, 이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바로 벼룩시장이다. 미디어윌은 과거 무가지인 벼룩시장을 제공했던 회사다. 199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2001년 미디어윌로 사명을 변경했고 지금은 벼룩시장 외에 알바천국, 다방, 딘타이펑, 모스버거 등 부동산, 미디어, 외식, 유통, HR, 인쇄,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 벼룩시장은 지금의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서비스 같은 존재였다. 90년대말 벼룩시장의 하루 발행부수는 200만부였다. 90년대말 언론기사를 보면 발행부수가 대폭 늘어나 발행가능 부수를 2배 이상으로 높인다고 “「벼룩시장」, 260만부 인쇄시스템 구축”이라는 언론기사 나왔다. 그 당시 벼룩시장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벼룩시장」측은 "발행부수가 대폭 늘어나 기존 윤전기만으로는 작업이 어려워 새 윤전기를 도입하게 됐다"며 "「벼룩시장」은 현재 전국에서 하루 200만부 발행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대원인쇄를 통한 일일 발행가능 부수는 120만부에서 260만부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999. 10. 15-
그래서 부모님들은 동네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벼룩시장을 통해 일거리를 찾기도 하고 이사, 도배, 누수, 중고물품 구매 등 집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서비스를 찾아봤다. 마치 지금의 동네음식책자처럼 벼룩시장에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었다. 어디 나갈 때면, ‘부모님이 돌아올 때 벼룩시장 하나 가져와’라는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그때는 학생이어서 벼룩시장에 관심도 없었다. 벼룩시장 첫 페이지에 무슨 정보가 이렇게 많아라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초반에는 무가지가 유행했다. 벼룩시장과 달리 다양한 뉴스와 정보를 담았다.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무가지를 보며 출퇴근 시간을 즐겼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책을 보기도 힘든 ‘지옥철’에서 무가지는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메트로, 포커스, AM7, 노컷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무가지가 발행되었다. 신문처럼 석간 무가지 시티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무가지는 한 순간에 사라졌다. 지금은 메트로만 남았다. 그리고 벼룩시장도. 벼룩시장은 여전히 동네 한 곳에 비치되어 있지만 예전처럼 눈에 띠지 않는다. 가끔 벼룩시장을 비치하고 가는 소형차를 볼 뿐이다. 벼룩시장은 이제 관심을 갖고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미디어윌에서는 현재도 발행되는 과거와 같은 벼룩시장의 모습을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어쩌면 이런 변화에 미디어윌도 위와 같이 사업영역을 확장했는지도 모른다. 미디어윌은 1996년 인터넷벼륙시장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아마도 IT 기술의 발달이 기존 벼룩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2001년 미디어윌로 사명을 변경한 후부터 사업다각화를 추진했고 2010년 부터는 매년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했으니 말이다.
이런 벼룩시장은 이제 뿔뿔이 흩어져 다양한 업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인구직, 부동산, 자동차, 중고상품 등 벼룩시장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을 사람들은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해당 관련 전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과거의 종이 포털 서비스였던 벼룩시장은 이제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서비스, 잡코리아, 사람인 같은 구인구직 서비스, 직방, 다방 같은 부동산 서비스, 헤이딜러, SK엔카 같은 중고차 매매서비스, 중고나라 같은 중고상품 거래 서비스 등에서 벼룩시장에서 이용하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벼룩시장도 인터넷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각 분야별 서비스에 도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서 있을수도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은 과거와 달리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수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다수의 서비스를 비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과거처럼 일방적인 서비스가 아닌 쌍방향의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지금도 정보의 독점은 존재하지만 과거와 달리 사람들의 정보의 접근성은 높아지고 소비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벼룩시장을 제공했던 업체의 변화처럼 사람들도 변했다. 스마트폰이 변하게 한 건 사람들의 생활패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서비스 요구 수준과 함께 구매습관도 변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어르신들은 이런 변화에 익숙치 않아 벼룩시장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어르신들도 이제 밴드, 카카오톡을 하면서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