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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May 28. 2020

일상에서의 공감이 곧 파괴적 혁신이다

박코치의 혁신습관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쇼핑몰로, 아웃도어 활동에서 홈트로, 친구에서 가족으로. 이런 전환은 사실 혁신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겉으로 보이는 변화가 아닌 사고의 전환이다. 사람들은 이렇게도 살수 있다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 활동은 나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혁신도 그렇다. 혁신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그 밑에는 나와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공감’이 숨어있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혁신은 오래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취하려고만 한다. 왜 취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공감 습관이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갈 일이 있어 셔츠를 입었다. 그런데 이 셔츠는 캐주얼을 좋아하는 내게는 항상 불편했다. 입다보면 바지에서 삐죽 나와 바지 속으로 다시 넣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불편함을 해결한 미국의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언턱잇(UNTUCKit)이다. 우리가 잘 들어보지 못한 '언턱'은 “주름을 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턱 더 셔츠"라고 하면 셔츠를 바지 밖으로 빼내라는 의미다.


크리스 리코보노는 2010년 이 회사를 설립하고 2011년 콜럼비아대 동료 애런 샌안드레스를 영입해 본격적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했다. 2015년 첫 매장을 열고 현재 미국 전역에 8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2018년 기준 2억 달러에 달한다.



언턱잇은 어떻게 공감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을까? 언턱잇 홈페이지에는 자신들의 셔츠가 일반 셔츠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다음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좌측은 언턱잇 셔츠고 우측은 일반 셔츠다. 언턱잇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기장이다. 기장이 일반 셔츠에 비해 짧다. 그렇다고 스타일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기장과 스타일은 사람들이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불편을 해소시켜주었다. 스타일과 편안함을 다 사로잡은 것이다.





언턱잇은 남성에게 가장 잘 어울릴만한 길이를 찾기 위해 소비자 조사를 1년이나 했다. 20대 초반~40대 중반의 수 천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호감도 조사도 했으니 스타일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남성들은 셔츠를 빼고 싶은데, 아내나 여자 친구 때문에 바지에 넣어서 입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벨트와 지퍼 최하단의 중간 지점에 기장을 맞추고 바지 주머니 일부가 보이게 했다.


언턱잇의 이런 혁신은 누군가만 알고 있는 숨겨진 불편을 공감하고 해결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감은 혁신의 숨은 공헌자이다. 만약 진짜 혁신을 하고 싶다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숨은 욕구가 무엇인지 찾는 게 필요하다. 실제로 경험을 해보면, 공감의 깊이도 깊어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그릴 수 없다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경험을 해보지 않는다면, 제대로 공감할 수 없다”라고 믿는다.


코로나19 사태 전에 우리는 온라인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편한지, 얼마나 빠른지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경험에서 나오는 공감은 그 만큼 파괴적이다. 혁신하면 누구나 한 마디씩 하는 ‘파괴적’이란 말은 공감의 깊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일상에서의 파괴적인 공감이 곧 혁신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43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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