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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Jun 25. 2020

기획의 목적은 문서가 아닌 설득이다

기획의 고수는 관점이 다르다


기획은 결국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다. 문서로만 남는 기획은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해야 상대를 한 번에 설득할 수있을까? 주장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면 되는 걸까? 잘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통과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야기하는 내용만 옳다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상대는 설득당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획을 하고 보고를 했지만 명확한 근거만 있다고 해서 기획이 통과되지는 않았다. 처음 기획을 할 때는 기획서만 논리적으로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언젠가부터 잘 만든 기획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 좋은 상품 기획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시장성도 좋았고 근거도 충분했는데 기획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당연히 “뭐가 문제지” “왜 그럴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 결과, 기획안 자체의 문제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상사와 나의 신뢰 관계, 상사와 나의 기획안에 대한 공감대 혹은 상사의 감정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기획서를 계속해서 수정해 봐야 답은 없었다. 그냥 똑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만 발생했다. 첫 직장을 컨설팅 회사에서 시작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은 많이 되어 있었지만 상대방을 이해하는 스킬은 부족했 던 것이다.




문서만으로는 충분히 통과될 수 있는 기획이었지만 실행의 관문에서 막힌 거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기획안의 논리 보다 상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상사와 나의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기획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어야 했다. 수사학으로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설득을 하려면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바로 에토스(신뢰), 파토스(감성), 로고스(논리)다. 논리만 있다고 설득이 되는 게 아니다. 그는 수사학에서 이 세 가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말로 제시하는 증거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증거는 말하는 사람의 성품에 달려 있고, 두 번째 증거는 청중의 심리 상태에 달려 있으며, 세 번째 증거는 말이 증명하거나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말 그 자체에 달려 있다. 만약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평소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을 믿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기획안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첫인상 같은 에토스는 상사와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핵심이다.



평소에 출근 시간보다 항상 30분씩 빨리 갔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하루는 늦잠을 자서 조금 지각을 했다. 그때 상사의 반응은 어떨까? 당연히 지각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으레 어떤 일이 있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기획안을 가지고 설득할 때도 그렇다. 평소에 상사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다면, 기획안이 조금 미흡하더라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회의 시간에 “김 과장이 이야기하면 그런 거겠지”라는 말처럼 말이다.




두 번째는 듣는 사람의 기분이다. 실무적으로도 가장 중요하다. 상사가 기분이 좋지 않은데 보고를 하면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능한 한 오전보다 오후에 보고를 한다. 점심을 먹고 나면 조금 덜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2시에 보고 시간을 잡는다. 특히 어렵거나 중요한 보고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논리다. 너무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여서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기획자에 대한 신뢰, 듣는 사람의 감정 상태 모두 중요하지만 기획에 논리가 빠지면 의미가 없다. 설사 기획이 통과돼도 실행 후의 결과는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이 논리에서 한 가지 고민해봐야 할 사항은 상대방이 내가 말하는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이다. 논리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설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내가 생각하는 논리적 사실보다 상대방이 이해하고 있는 논리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설득을 위해서는 “상대의 상식과 이해를 출발점으로, 거기에서부터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무리 없이 전개하여 자신이 주장하는 결론에 이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흔히 업계에서 쓰는 용어, 혹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지식이 있다. 그런데 이런 용어나 지식에 대한 이해 없이 평소에 사용하는 용어나 지식을 활용한다면 설득이 잘될까? 상대방을 설득하고 싶다면 자신이 평소에 쓰는 용어를 업계 용어로 바꾸고, 관련지식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자신은 동일한 의미로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우리 업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군’이라는 식

으로 생각하고 여러분의 뛰어난 기획안을 주의 깊게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화자가 청자에게 익숙한 언어로 이야기할 때, 신경동조화가 이루어져 설득이 잘 이루어질수 있다고 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43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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