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사실 이번 책을 읽고 난 뒤에야 처음 봤습니다. 관짝밈은 사실 잘 모르겠고 현대차 생산직vs공무원 비교 편이 재밌었네요.)
인기대박에 충TV 예산 증원해주겠다는데...거절한 까닭
이 책에는 김선태 충주시 주무관의 충TV 운영 노하우(?)와 고충이 담겼습니다.
한해 충주시 유튜브 예산은 61만원이라고 합니다. 예산은 전부 편집 프로그램 라이선스 비용이라네요. 사실상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충주시청이라는 관료 조직을 인프라로 활용해 구독자 70만명에 가까운 유튜브 채널을 일군 것이죠.
충TV가 유명세를 타면서 충주시에서도 예산을 늘려주려고 했지만 김 주무관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이 책이 강조하는 유튜브 채널 비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은 일관성.
충TV 콘셉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평범한 공무원이 예산도 장비도 없이 시장님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유튜브'입니다.
예산을 늘리는 순간 이 콘셉트가 깨지는 것이죠.
김 주무관은 그 진정성을 강조합니다. 충TV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B급인척 하는 B급이 아니라, 진짜 B급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사시 낭인, 커뮤력...유튜버의 자질
충TV의 성공은 유튜브가 얼마나 기회의 땅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의 역량만 있다면 큰 자본이나 장비 없이도 충분히 인기 채널이 될 수 있으니까요.
결코 맨땅에서 이뤄냈다는 뜻은 아닙니다. '김선태'라는 훌륭한 기획자이자 연출가이자 출연자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이룬 성과기 때문입니다.
김선태 주무관의 자기소개는 이렇습니다. 대학은 중퇴하고 사법고시 준비를 6년 했지만 낙방 후 2016년 충주시 9급 공무원으로 입직합니다.
충주시의 SNS 홍보 제고 방안 보고서에 "유튜브가 대세긴 하다. 그러나 유튜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사족'을 담은 게 유튜브가 시작이었습니다. 원래 의도는 '인력, 예산 안 주는 한 유튜브 못 하겠다'였지만요
그런데 김선태 주무관은 유튜브를 꾸릴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충분했습니다. 그가 ISTJ라며 유명세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고 소개하지만, 현실적이고 계획적이며 직설적인 성향은 유튜브 운영과 충TV라는 채널의 매력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스스로 소개하듯 그는 상당한 '커뮤력'의 소유자입니다. 6년간의 사법고시 준비생 시절 그의 낙은 재미있는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과거에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각종 커뮤니티, 카페, 유머사이트와 가능한 한 모든 뉴스를 모니터링한다고 합니다. 좋은 콘텐츠는 이런 노력에서 나온 것이죠.
유튜브 뜨려면 바이럴 마케팅에 집중해야
충TV의 역할을 오로지 '충주시를 알리는 것'에만 집중한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충TV는 충주시의 적극행정이나 행사를 알리는 정보전달 성격은 비교적 약합니다. 꼭 구체적인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일단 재밌어야 시청자들이 본다'는 소비자 중심적인 접근이 여타 지자체의 유튜브 채널과 차별화된 포인트입니다. 대부분의 공무원, 공공기관에서 만들어지는 SNS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상관을 염두에 두고 만드니까 재밌을 리 없죠.
이런 점에서 젊은 층을 겨냥한 '바이럴 마케팅'을 강조합니다. 둘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바이럴 마케팅이 잘 돼야 유튜브 채널 구독자와 조회수가 느는데, 바이럴 마케팅은 주로 젊은 층에서 활발히 이뤄지기 때문이죠.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지기 위해선 '재미'가 가장 중요하죠. 친구들끼리 '이거 진짜 재밌다'하면서 소개를 하지, '이거 정말 유익하고 지식이 풍부해지는 유튜브 채널이야'라며 소개할리는 없으니까요.
베어 그릴스가 출연한 'Man vs Wild'도 딱딱하게 풀 수 있는 생존 다큐멘터리에 재미를 가미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운영의 핵심
-누구를 위한 콘텐츠인지 솔직하게 고민하라
-지속가능한 콘텐츠 콘셉트를 만들라
-시사나 뉴스, 인기 있는 유튜버나 분야, 인물, 키워드를 파악하라
-재밌어야 한다
-가짜 구독자를 만들지 마라(궁극적으로 조회율이 떨어져 채널이 망가진다)
-일관성을 유지하라(방송사도 이 때문에 뉴스, 예능, 스포츠, 드라마 등 종류별로 별도 채널을 운영한다)
-진정성 있게 만들라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라
공무원 사회 속 고충도 엿보여
이 책에는 유튜브에서처럼 김선태 주무관의 솔직함이 잘 묻어납니다.
공직사회에서 느낀 한계도 솔직히 담았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두고 보고 라인과의 갈등도 있었는데요. 그 생활을 통해 느낀 교훈은 '유튜브는 한 명이 중심을 잡고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튜브 콘텐츠를 두고 이 사람은 이런 의견을, 저 사람은 또 다른 의견을 내는데 이걸 다 반영하면 재미도 없고 이도 저도 안 되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음악이나 영화 등 창작의 영역에서는 늘 창작자와 관리자 간 갈등이 있는데요. 김선태 주무관도 이런 창작자의 고통을 겪어 왔던 듯합니다. 그는 "결재권자는 최소한의 개입만 하고 담당자를 믿어줘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김선태 주무관은 충TV 성공에 힘입어 여러 방송이나 강연도 많이 다니는데요. '충주시를 알린다'는 선의에서 강연을 다녔지만 주변에서는 싫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인 휴가를 내고 강연을 다녀온 적도 있다고 하네요. 문제는 이마저도 내부감사에서 '출장을 쓰고 갔어야 했다'며 문제를 삼았다는 거죠.
뉴스를 보면 최근 6급으로 초고속 승진한 김선태 주무관에게 일반 기업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하네요. 김선태 주무관이 어느 곳에 있든 지금처럼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오늘날의 충TV를 만든 김선태 주무관이 직접 유튜브 채널 콘텐츠 기획과 운영 노하우를 밝힌 책 '홍보의 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