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경제학자 그레고리 번스의 '상식파괴자'
"불가능하다"는 일 해내는 상식파괴자
남다른 지각·공포 통제 능력 갖췄지만
아이디어 설득할 사회성 있어야 성공
뇌는 에너지 구두쇠...사실대로 지각 안 해
신선한 장소·경험 통한 '다르게 보기' 제안
빈센트 반 고흐와 파블로 피카소는 분명 천재 화가들입니다. 하지만 반 고흐는 땡전 한 푼 없이 죽었지만, 파블로 피카소의 자산은 1973년 사망 당시 7억5000만 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두 천재의 인생이 극명히 달랐던 배경에는 '사회적 뇌'가 있다는 게 이 책의 저자 그레고리 번스의 지적입니다.
저자는 '남들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성공한 사업자, 천재 과학자, 명성을 얻은 예술가 등이 이들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괴짜'이지요.
그래서 저자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남들과 다르게 지각하는 능력 △두려움을 만드는 편도체를 통제하는 전두엽 발달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수용시킬 사회성 등 3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앞의 두 개는 '비범함'을, 마지막 하나는 '비범하면서도 남들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표상합니다.
반 고흐는 비범함은 갖췄지만 사람들에게는 호의적이지 못했습니다. 그가 동료인 폴 고갱과의 언쟁 끝에 귀를 잘라낸 일화도 유명하죠. 그는 생전 가까운 지인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반면 피카소는 조직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그의 여성 숱한 여성 편력도(도덕성을 따지기를 떠나서) 그의 매력을 방증하죠.
반 고흐는 살아생전 900점가량의 작품을 그린 반면 피카소는 1만 3000점의 그림과 300점가량의 조각을 창작하며 자신의 작품을 사람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이도록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상식파괴자'들이 성공하기 위해 '사회성'이 필요하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천재들을 위한 조언'입니다.
저를 포함해 상식파괴자로 태어나지 않은 이들도 이 책에서 배울 점이 있습니다. 노력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런 '상식파괴자'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요.
여기서 다시 성공한 '상식파괴자'의 요건을 살펴봅시다. 남다른 지각, 공포 통제 능력, 사회 지능.
먼저 지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은 오감이 있지만 지각에서 시각의 비중이 큽니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 있는 대로' 사물을 지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신경을 통해 전기적 신호로 바뀐 정보를 뇌가 종합을 하면서 '경제성의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성인의 뇌는 전체 에너지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만큼 뇌는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기관이기 때문에,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수용된 정보에 대해 일종의 왜곡을 가하지요. 우리 눈에서 시신경이 망막을 통과해 뇌로 들어가는 '맹점'의 존재가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눈은 맹점에 비춘 사물을 인지 못했지만 우리 뇌는 그 부분의 '효율적으로' 채워 넣어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마치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의 AI 보정 기능처럼요.
그런데 많은 '상식파괴자'들은 이런 지각 과정이 일반인들과 다르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다르게 보기' 능력이 있는 것이지요.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유리공예 예술가 데일 치후리를 듭니다. 그는 기존 대칭성을 강조하던 블로운 유리(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유리) 분야에서 비대칭성을 적용해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그가 이런 비대칭성의 예술을 펼치게 된 배경에는 그가 자동차 사고로 왼쪽 눈 시력을 완전히 잃은 점이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사물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한쪽 눈을 잃으라는 말은 당연히 아닙니다. 저자는 "다르게 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전에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것들을 두뇌에 퍼붓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보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게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주변 환경에 단순한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지각 시스템에 자극을 주어 익숙한 범주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다음으로 공포 통제. 이건 우리가 인위적으로 상황을 바꾸기 좀 더 까다롭습니다.
우리의 공포 반응은 편도체가 주관한다고 합니다. 두뇌 중앙선에서 살짝 떨어진 측두엽 안쪽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아몬드 모양의 조직이지요. 공포 반응은 이끌어내는 것은 편도체이고, 전두피질이 그것을 억제하는 데 상식파괴자들은 이 전두피질이 발달해 있습니다.
저자는 공포 반응을 박멸하려 애쓰기보다는 편도체를 작동시키는 상황을 검토하고 전두피질을 이용해 그것을 억제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합니다.
말이 조금 어렵지요. 여기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나온 내용인데요. 어렸을 때 자신이 살던 동네가 되게 음침하고 무서운 곳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성인이 돼 다시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멀쩡한 동네였어서 어린 시절 안 좋은 기억이 해소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마지막 사회성. 이 부분은 좀 더 쉽지요.
기본적으로 상식파괴자들은 비범한 괴짜들입니다. 이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범인(凡人)들에게 쉽게 수용되기 어렵지요. 그렇다면 그 집단에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을 우선 한 명을 먼저 끌어들이라고 조언합니다. 상식파괴자와 범인 사이의 그는 집단 사람들에 상식파괴자의 아이디어를 전달할 통로가 될 것입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상식파괴자는 너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조금 순화해서 범인들이 수용할 만한 버전으로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다작을 한 피카소처럼 많은 노출을 통해 사람들이 상식파괴자의 아이디어에 점점 더 자신에게 익숙해지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각종 호르몬에 대한 전문 지식이 나옵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어려운 책 내용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쉽게 다가오도록 하기 위해 책 초반부를 엄청 쉽게 풀어쓰려 노력한 정황이 드러납니다. 또 '상식파괴자'가 되도록 돕는 각종 약물의 효능이 소개돼 있는데, 한국에서 이런 약물들을 투여하는 게 합법인지는 의문입니다. 그냥 지식으로만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네요.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다르게 보기' 방식이 인상적이었고 '천재들도 남들을 설득시키는 사회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더 소통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책 '상식파괴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