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람들이 대주주 거래·배당금 인상 주식을 산 까닭

이코노미스트 홍춘옥의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by 생각하는T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득과 행복이 비례해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저를 포함한 상당수 소시민들이 '돈과 행복은 별개다'라고 믿으며 이솝우화 '여우와 포도'에 나오는 여우처럼 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이론적 근거였던(이 이론의 이름은 몰랐어도) 이스털린의 역설에 대한 반론이 연구를 통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155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삶에 대한 만족도와 1인당 GDP를 비교 분석한 그래프는 소득과 만족도가 비례하는 경향성을 보여준 것이죠.


자 그럼 행복회로와 자기 합리화는 그만두고 재빨리 이 책의 저자 홍춘옥 이코노미스트의 투자론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책의 9할이 투자 초보자들을 위한 경제 원리 설명이고, 나머지 1할이 저자가 고안한 투자론입니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주로 채권과 주식을 중심으로 돈의 흐름을 설명합니다.

국채 금리와 주가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습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물가가 오를 때는 금리가 상승하고 채권 가격이 하락합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때는 금리가 떨어지고 채권 가격이 상승합니다."


그 이유는 국채의 성격을 분석하면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국채는 우선 그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국채와 1년 이상인 장기국채로 나눌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습니다. 장기국채일수록 채권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만큼 보상도 커야 하니까요.


국채의 내용은 만기, 가격, 이자로 구성됩니다. '30년 만기 100만원짜리 연 금리 2.5%' A 채권을 산다면 이 채권을 갖고 있는 동안 특정 시기마다 해당 이자를 받으며 가지고 있다가 30년 후에는 1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그 국채를 사고팔 수도 있죠. 그런데 그 사이 경기가 좋아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국가는 새로 발행하는 국채의 금리를 올려야 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그만큼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자를 더 쳐 줘야 사람들이 국채를 계속 사려하겠지요.


그렇게 해서 새로 발행된 같은 만기의 B 국채 금리가 5%라면 A 국채 가격은 폭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B 국채만큼의 금리를 기대할 것이기 때문에 A 국채 가격은 50만원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장기, 단기 금리의 역전이 일어질 때마다 불황이 시작된다"라고 짚습니다. 기본적으로 단기 채권 금리는 시중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장기채권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경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후 1~2년이 지나면 불황이 찾아온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금리 역전이 이뤄지면 '불황'에 대응하는 투자 전략을 구사할 것을 제안합니다. 위험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달러 등과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라는 것이죠.


반대로 장기-단기 금리 차가 확대될 때는 불황의 공포가 완화될 것이므로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국내의 저평가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조언합니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주식일 것입니다.

저자는 투자 방법을 모멘텀학파(주가가 특정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고 보는 투자전략)와 평균회귀학파(주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다시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보는 투자전략)로 나누고, 자신은 젊었을 때는 모멘텀학파, 나이가 좀 들고 나선 평균회귀학파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사실 상당수들의 투자자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죠. 젊고 투자금이 적었을 때는 '돈을 잃어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험적으로 투자를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은퇴도 준비해야 하고 투자 규모도 커지다 보니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책에서 그보다 더 실용적인 것은 단연 '매수 타이밍이 언제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저자는 '내부자 매수'가 발생한 기업을 최우선적인 매수 대상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대주주가 막대한 세금을 내면서까지 자녀에게 주식 증여를 결정한 것은, 대주주가 보기에 지금 주가는 매우 저평가돼 있어 증여세 부담이 적다고 판단했다는 것이고, 뒤집으면 해당 주식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매수 신호는 '배당금 인상'입니다. 배당을 한다는 것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평가하기에 앞으로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방증입니다.

(다만 저자의 이 주장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제목도 톤 다운했습니다)


저자는 또 주식 가격이 폭락할 때 우량 성장주를 사라고 조언합니다. 그가 말하는 우량 성장주는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업 △교체비용이 크거나 또는 대체하기 어려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비밀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 △플랫폼을 가진 기업입니다.


반면 직전의 주가 상승기 동안 가격이 급등했거나, 최고경영자가 칭송받았던 기업은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너무 높은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조그마한 실책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죠.


종합적으로 저자는 '달러-원화 자산 스위칭 투자 전략'을 제시합니다.

1. 기본적으로 종잣돈은 '안정'적인 달러 자산에 운용할 것(외화예금, 한국에 상장된 달러 자산 ETF 등)

2.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원화로 환전해 부동산 등 가장 값싸게 거래되는 자산을 매수할 것

3. 해당 자산 가격이 반등하면 처분해 다시 달러 자산으로 운용할 것

4. 이를 반복


제가 이 책을 읽은 시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증권가에 '허니문 랠리'가 시작되던 때였습니다. 초반에는 기존에 갖고 있던 실적 우량 기업 주식 가격이 올라 재미를 봤지만, 남북경협주를 비롯한 한때 급등한 주식에 '상한가 따라 집기' 투자를 해 말짱 도루묵이 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읽은 이 책은 제 원칙 없는 투자방식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꼭 저자를 따라 할 것은 아니지만 매수 타이밍을 확인하는 방법과 우량 기업을 파악하는 방법은 참고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스위칭 투자 전략'의 경우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경기 사이클을 타는 것이라, 비교적 젊은, 투자 원금이 적은 투자자들에게는 외면받을 것 같네요.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 책이 저와 여러분의 전략적 투자에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억만장자 피카소와 가난뱅이 반 고흐, 무엇이 갈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