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서의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먼저 질문. 자신이 희망하는 외국으로 이민을 갈 권리가 인권의 개념에 있을까요? (O, X)
힌트. 유엔 인권위원회 세계인권선언 中
1. 모든 사람은 자국 내에서 이동 및 거주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하여 어떠한 나라를 떠날 권리와 또한 자국으로 돌아올 권리를 가진다.
그럼 답은 뭘까요?
결론적으로 X입니다. 한 개인이 어떤 나라를 '떠날 권리'는 인권에 있지만, 어떤 나라에 '이민'을 갈 권리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 규범상 인권으로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민을 받을지 여부는 각 국가의 '주권'의 영역이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속 손민서 씨가 쓴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은 마치 "대한민국 정부가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민을 받지 않으며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책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다문화 사회라는 알맹이 없는 수사 아래에서 저개발국 출신 이주민을 착취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라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한국인과 혈연관계에 있지 않은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정착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이민 대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전문인력 이주노동자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를 이어 보면 저자는 저개발국 출신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귀화할 권리를 인권으로서 갖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배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처럼 읽힙니다. 그는 이 책에서 고용허가제를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제도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인권 개념은 없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이민자 수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주권의 하나로 갖고 있습니다.
물론 꼭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것이 아니라도 저자가 '이것도 인권이야'라고 주장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현재 세계 구성원 상당수가 '이민할 권리로서의 인권'을 주장한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제시도 없습니다.
한국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것은 당연히 외국인을 착취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고용허가제를 규정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자체에 이 법의 목적이 나와 있습니다.
"외국인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관리함으로써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인력수급, 국민경제 발전이 목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관리 및 보호'를 위해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운영하도록 규정합니다.
현재 고용허가제 운영 과정에서 외국이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사례들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문제들을 해결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지, 제도 자체를 착취 도구로 몰아붙이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습니다. 가령 저자는 "정부가 체류 기간을 넘긴 이주민을 범죄자로 간주한다"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이들을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이주민'으로 부르자고 제안합니다. 외국인출입국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국내 현행법을 어긴 것이니 엄연히 '불법'체류자가 맞음에도 구태여 이들의 불법성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죠.
저자는 팩트를 제시힐 때도 현실의 일부만 보여주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는 "외국인 주민은 내국인보다 소득 대비 훨씬 많은 건강보험료를 지불하고 적게 이용한다"라고 말합니다. 이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비판하려던 것은 국내 정치권과 보수 세력 등이 '중국인들이 국내 건강보험 제도를 악용한다'라고 주장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맥락에서는 중국인의 건강보험 활용도를 제시해야 함에도, 저자는 전체 외국인 주민의 건강보험 활용도만 제시합니다.
그럼 사실은 어떨까요?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중국인의 국내 건강보험 이용면에서 건강보험공단은 누적 적자를 봤습니다. 저자가 비판하려던 보수 세력의 주장에 근거가 있었던 것이죠.
저자는 또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이주민은 마스크 공적 배분이나 재난지원금과 같은 공공부조 대상에서 배제됐다"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시 서울시를 비롯해 상당수 지자체들은 외국인 주민들에게도 내국인 주민과 마찬가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이는 또 국내에서 외국인 주민 권리가 신장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서울시는 초기에는 외국인 주민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했는데, 이에 대한 국내 이주민단체 등의 반발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조치를 받은 뒤 서울시가 외국인 주민을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이후 상당수 다른 지자체들도 외국인 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이번 리뷰는 저자가 제시하고자 했던 외국인근로자, 중국 동포, 결혼이민자 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루지는 못했습니다. 중국 동포, 결혼이민자 등에 대한 차별 부분은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은 있지도 않은 ‘인권으로서의 이민권'을 전제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책 전반적으로 균형을 잃었기에 이 책은 어느 누구에게도 추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