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한센의 '인스타브레인'
정신건강 전문의가 쓴 스마트폰論
어디 집중할지 선택케 하는 도파민
스마트폰 접할때 과다분비...집중력 저하
인간 99%는 멀티태스킹 능력 없어
폰 보며 일·학습시 효율 크게 떨어져
블루라이트 숙면 방해...기억력 저하로
특정 성향 사람들은 SNS로 우울감 빠져
SNS앱 삭제·폰 흑백톤 등 실천법 제시
"스마트폰과 SNS는 도파민 분비를 자극해 '스몸비(저자가 직접 쓴 표현은 아님)'로 만들며 숙면을 방해하고 기억력을 감퇴시키며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스웨덴의 저명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안데르센 한센이 쓴 '인스타브레인'의 핵심 내용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주장 자체가 새롭지는 않지만 간간히 기사로 짧게 내용을 훑는 것과 뇌 과학적 측면에서 '왜 우리가 스마트폰과 SNS에 취약한지'를 파고드는 것의 간극은 매우 큽니다.
저자는 원시 수렵채집시대에 맞게 발달해 온 인간이 얼마나 스마트폰에 취약한지 설명합니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자극에 끌리며, 불안과 우울적 요소에 민감하며, 수면을 통해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도록 발달해 왔다고 합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끊임없이 울리는 스마트폰·SNS 알림에 극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력이 저하되고, 블루라이트에 의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기억력을 저하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 일부 성향의 사람들은 SNS에 올라오는 '행복해 보이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스마트폰 시대...뇌는 도파민 과다분비중
우리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도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뭘까요? 익히 알려진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주범입니다. 스마트폰과 SNS는 우리의 뇌를 자극해 계속해서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파민은 본래 우리가 어떤 것에 집중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파민은 원시수렵시대에 인류의 생존을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당장 오늘의 먹거리를 구할지 장담할 수 없었고 맹수와 천재지변 앞에 나약하기만 했던 인간은 늘 주위 환경을 살피고 재빠르게 반응해야 했습니다. 덤불에서 부스럭거리는 게 먹이일 수도 아니면 포식동물일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에와서도 도파민은 우리가 늘 새로운 환경과 정보에 목말라하도록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을 갈망합니다.
문제는 스마트폰과 SNS는 도파민을 과다하게 분비시킨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그 유명한 쥐 지렛대 실험이 등장합니다. 쥐를 대상으로 지렛대를 누르면 음식이 나오는 실험을 했을 때 매번 음식이 나올 때 보다 이따금 음식이 나올 때 쥐들이 지렛대를 더 많이 눌렀습니다. 이때 뇌를 살펴보니 두번에 한번 꼴로 음식이 나올때 쥐의 뇌에서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됐습니다.
인간의 뇌 역시 메일이나 문제 메시지를 실제로 읽었을 때보다 알림음을 들었을 때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됩니다. 친한 친구에게서 왔거나 중요한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갈망은 우리로 하여금 스마트폰을 들게 합니다.
당연히 집중력은 떨어집니다. 멀티태스킹을 실제로 할 수 있는 뇌를 가지고 있는 인간은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99%의 인간들의 뇌는 하던 일을 멈추고 스마트폰에 집중력을 빼앗겼다가 다시 얼마간의 시간을 들여 하던 일로 돌아옵니다. 초점을 바꾼 뒤 뇌가 원래 일에 100% 다시 집중하기까지는 수 분이 걸린다네요.
우리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주의가 분산됩니다.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기억력과 집중력 테스트를 한 결과 실험실 바깥에 스마트폰을 둔 학생들이 무음으로 바꿔 주머니에 넣은 학생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단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의가 분산된 것이죠. 이 실험을 바탕으로 한 논문 제목이 '두뇌 유출: 자기 스마트폰의 존재를 단순히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유효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입니다.
'스마트폰을 안 볼거야'라고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자체도 뇌에게는 의식적으로 힘을 쓰는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친구와 함께 커피 마시는 동안에 테이블에 놓인 스마트폰을 두고 계속 '전화 안 볼 거야'라고 생각해야 하니까요.
친구가 보낸줄 알았는데 광고...SNS의 치밀한 설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인간의 이 같은 취약점을 철저히 파고 들어 설계됐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가령 트위터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피드백를 기다리게 만들어서 긴장 상태를 유발한다는게 저자자의 주장입니다. 지연되는 시간은 뇌의 보상 시스템 최대한으로 발동시키는 시간이 얼마인지를 정교하게 측정해 결정한 것이라네요.
SNS에서 푸시 알림음이 문자 알림음과 동일하게 만드는 것도,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고 믿게 만들어 뇌의 사회적 상호작용 욕구를 파고 드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샤마스 팔리하피티아 페이스북 전 부사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낸 근시안적이고,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피드백 루프는 사회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SNS가 우리에게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다고 하네요.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을 만든 저스틴 로젠스타인은 페이스북 사용을 자제하고 스냅챗은 아예 삭제했다고 합니다. 이 앱들이 헤로인과 맞먹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스마트폰은 어떻게 기억력을 떨어뜨리는가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스마트폰을 중간중간 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요?
뇌에선 '배달사고'가 납니다. 기억은 사안 별로 뇌의 여러 부분에 저장됩니다. 사실과 경험은 해마에서 저장하고 자전거타기나 수영처럼 체득하는 내용은 선조체에 저장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TV를 보면서 책을 읽는 등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정보는 대부분 선조체로 보내진다고 합니다. 뇌가 사실에 대한 정보를 잘못된 곳으로 보내는 것이죠.
스마트폰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는 기억력까지 떨어뜨립니다. 기억은 뇌의 여러 부분이 연결되면서 만들어 지는데 이런 연결고리는 '뇌의 기억 저장소' 해마가 담당합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게 되면 해마가 새로 형성된 기억 회로에 신호를 보낼 겨를이 없어집니다.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인간의 숙면을 방해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장기 기억 형성까지 저해합니다.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인데 블루라이트 자체는 자연에서도 발생한다네요.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블루라이트가 발생합니다. 이는 뇌로 하여금 '지금은 낮이야'라고 받아들여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합니다. 인간의 신체는 저녁에 멜라토닌 수치가 상승하는데 이때 스마트폰을 보면 멜라토닌 수치는 다시 낮아집니다.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전문 용어로 '강화'라고 부르는 새로운 장기 기억 형성은 우리가 자는 동안에 이뤄지는데 숙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장기기억 형성도 이뤄지지 못하게 됩니다.
이와 별개로 블루라이트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도 촉진합니다. 그렐린은 식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신체에 지방을 더욱 비축하게 만듭니다.
장기간 숙면이 이뤄지지 못하면 뇌졸증과 치매 유발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뇌는 자는 동안 낮에 쌓인 조각난 단백질 형태의 노폐물을 청소합니다. 그 청소하는 양이 어찌나 많은지 1년이면 뇌 전체 무게의 맞먹는 노폐물이 처리된다네요. 그런데 수면 부족이 장기화되면 뇌의 노폐물이 쌓이게 됩니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학습 방법이 기억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정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저장될 거라고 믿으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여기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는군요. 이를 '구글 효과' 또는 '디지털 기억상실증'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절약하려는 본성이 있다고 합니다. 성인의 뇌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네요.
인간의 뇌는 여전히 사방팔방에서 위험을 살피던 수렵 채집 시절에 머물러 있습니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주의가 산만해지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는 능력은 떨어집니다. 그런 우리에게 쥐어진 스마트폰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저자는 "깊이 있게 무언가를 배우려면 사색과 집중이 필요하다. 하지만 빠른 클릭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사색과 집중을 놓쳐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를 표합니다.
SNS로 우울감에 빠지는 사람은 따로 있다
저자는 우리가 SNS에 푹 빠지는 것을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설명합니다.
첫번째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얘기할 때 뇌의 '보상센터'인 측좌핵이 활성화된다는 점입니다. 측좌핵은 음식을 먹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 활성화되는데 이 같은 '보상'이 SNS에 자기 얘기를 늘어놓을 때도 이뤄진다는 거죠.
두번째는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동향을 살피는 행태'는 생존을 위해 체득된 습성이라는 점입니다. 수렵채집시대 사람들의 10~15%는 다른 사람에게 맞아 죽었고, 원시 농경사회에서는 그 비율이 20%가량으로 올라간 것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을 갖고 자신의 평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또 불안과 우울감은 생존의 위협의 경고등 역할을 했던만큼 인간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더 민감해 지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사람한테 맞아 죽을 확률이 극히 희박해진 현대 사회에도 우리의 뇌는 옛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용자들이 SNS로 인해 외로움을 타는 현상이 발현됩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SNS가 전반적으로 우울감을 주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유달리 SNS에 의해 기분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은 인간 그룹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신경증적인 기질이 있거나 끊임없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SNS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기만 하고 자기 사진은 올리지 않거나 댓글 등을 통해 소통하지 않는 수동적인 사용자가 더 의기소침해지는 경향이 뚜렸하다고 합니다. 애초에 우울하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이 SNS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더 기분이 안 좋아지고 자신감도 더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는 겁니다.
실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하루 30분으로 제한하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이 그룹 참여자들은 전반적으로 기분이 개선됐으며 연구 시작시 우울증 증상이 있던 학생들은 우울감과 고독감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SNS앱부터 삭제하자
이 책의 결론은 당연히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자'입니다. 특히 저자는 스마트폰과 SNS가 지금껏 인류 역사상 드러난 신기술과 다르게 전례없이 인간의 일상에 파고 들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기차가 발명됐을 때도,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도, 최초의 전화기가 등장했을 때도 어느 누구도 신기술을 하루 6시간씩 매일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거죠. 그는 "연구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일단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는게 좋겠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스마트폰과 SNS에 과몰입한 세계 각국에서의 사례를 제시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늘날 10명중 1명이 불안 장애를 겪는다.
-아이폰 판매고가 연 1만2000만대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2011년부터 미국 청소년들은 더 외로움을 타고 잠을 제대로 못 자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거나 데이트를 하지 않고 술도 덜 마시고 운전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
-스웨덴 성인 10명 중 8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고, 불면증을 호소하는 청소년의 수가 20세기 말에 비해 800% 늘었다.
저자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고 운동을 할 것을 권합니다. 신체 활동은 계획 수립 능력, 집중 대상을 전환하는 능력 등을 향상시킵니다. 또 몸을 움직이고 나면 학습량도 더 많아지고 침착하게 행동하며, 집중력도 높아지고 충동적인 행동도 덜하게 된다고 합니다. 원시수렵시대 사람들은 사냥을 하거나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달아날 때처럼 신체 활동을 할때 가장 많은 집중력이 투입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자가 제안하는 '스몸비 벗어나기' 방법을 알아볼까요.
ㅇ스마트폰·SNS 과다몰입에서 벗어나기 실행법
-집중력이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을 다른 곳에 두자.
-친구들을 만날때도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떨어진 곳에 주자. 만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자.
-모든 푸시 알림을 끄자.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체크할 것. 관련 앱을 사용해도 좋다.
-알람시계와 손목시계를 사용하자(스마트폰 의존도를 줄이자).
-취침 최소 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이북리더기 등 모든 디스플레이를 피하자.
-스마트폰을 흑백 톤으로 설정하자(색채가 없는 디스플레이는 도파민 분비를 줄인다).
-SNS앱을 제거하고 컴퓨터에서만 사용하자. 적극 소통하고 싶은 사람만 팔로우하자.
-하루에 1~2시간 정도 휴대전화를 끄자.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를 알리자.
-개인적으로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사용하는 시간을 하루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하자.
-숨이 차고 땀이 나도록 일주일에 세 번, 45분씩 몸을 움직이자(스트레스를 낮추고 집중력을 높인다).
-문자·메일 확인 시간을 별도로 정하자(한국 직장인에게 가능할지 싶어 맨 마지막에 넣었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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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제시한 스몸비 탈출 방법은 이 책중에서 가장 실천적으로 유용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이 우리를 주변 환경에 무관심하게 만드는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디지털 엄지 척과 하트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동안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휴대전화를 옆에 두면 왜 잠을 깊이 못 자는지, 스마트폰과 SNS를 멀리하고 운동을 할 때 우리 몸은 어떻게 스트레스에 잘 견딜수 있게 되는지를 설명한 책 '인스타브레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