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서행차선에 머물게 하는 사회적 각본(script)에서 벗어나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라"
'부의 추월차선'의 저자 엠제이 드마코가 출간한 두번째 부자학책 '언스크립티드'의 내용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부의 추월차선과 큰 틀에서는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 큰 감명을 받았는지 책에서도 이를 인용해 독자들에게 '빨간 알약'을 삼키고 사회적 각본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합니다. 제목도 '매트릭스2-리로디드'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언스크립티드라고 지었고요.
많은 성공학, 창업론, 처세술 책들이 책의 초반과 중반을 저자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생을 살았고 모종의 계기로 성공에 이르렀는지를 설명하고 독자들을 정신무장을 시키는데 할애합니다. 동기부여가 돼야 그 다음에 나오는 방법론이 의미가 있다는 취지의 구성이라는 점에서 그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이런 류의 책을 여러 권 읽은 독자라면, 그래서 이미 정신무장은 충분히 돼 있는 독자라면 이런 도입부 내용이 중복된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니까요. 언스크립티드 역시 책 중반까지 독자 동기부여에 할애하고 그 이후에야 구체적인 실천론을 폅니다.
집중력이 초반보다는 떨어지는 독자들로서는 정작 가장 중요한 실천론에 집중 못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이 책에서 실질적으로 얻어갈 수 있는 7P 방법론을 먼저 설명하고, 저자가 독자들을 동기부여 시키기 위해 풀어놓은 다양한 설명은 뒤에 짧막히 다루겠습니다.
사업 아이디어를 생산가치제제로 옮기는 '과정의 7P'
이 책에서 얻어갈 단 한 가지 개념을 꼽으라고 한다면 '과정의 7P'를 꼽겠습니다.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한데, 개념적으로나마 실천 단계를 제시해주기 때문입니다.
7P는 Plan(계획) Soft Proof(사전 검증) Process Path(과정 경로) Prototype(시제품) Hard Proof(엄격한 검증) Productocracy(생산가치주의) Propagate(전파/증식)를 뜻합니다.
1. 계획-CENTS 평가를 통해 기회의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통제(Control): 당신의 해결책에 실행 관련 주된 종속변수들이 있나? 이를 완화하기 위한 통제 리스크는 어떤 것이 있나?
-진입(Entry): 진입 장벽에 어떤 것들이 있나? 어떤 자원이나 자산이 당신의 진입 장벽을 강화하고 있나?
-필요(Need): 해당 업계 내의 모든 가치 속성을 파악했나? 당신의 제안이 대상 고객에게 확신한 이익을 제공하나?
-시간(Time): 당신의 시간을 소모하지 않으며 해결책을 만들어 낼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가?
-규모(Scale): 기존 매체나 채널 중 당신의 표적 시장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것들이 있나?
2. 사전검증-엄청난 자원을 쏟아 붓기 전 아래 방법을 통해 당신의 아이디어를 시장반응에 비춰 가치를 확인합니다.
-언어패턴: 사람들이 "ㅇㅇ가 불편하다"면 이는 해결책의 힌트가 된다. 구글트렌드 등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사를 확인한다.
-채널 리서치: 온라인마켓을 통해 판매 중인 유사 상품을 찾아 그 매출 순위와 물량을 점검하자.
검색량: 애드워즈(AdWords) 계정을 개설해 키워드 플래너 도구를 활용하자.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입력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구상하는 것을 검색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시장에 질문하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CPC(클릭 당 비용이 청구되는 광고)를 통해 표적 시장의 마음을 보여줄 집단을 찾고 그들에게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구하자. 무료 온라인 서베이 도구 '서베이몽키'를 활용해 타깃 고객을 겨냥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도 있다.
-시장 시뮬레이션: 당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미 존재하는 양 시장에 제시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살핀다. 랜딩 페이지로 이메일 주소나 선주문을 획득한다. (한국에서 윤리적, 법적 문제가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3. 과정 경로
사업의 메인 과정. 이 과정에서 주요 활동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요건들을 정의하며, 불필요한 행동과 비용을 제거합니다.
마케팅, 카피라이팅, 협상은 한 번 배워두면 평생 써먹을 수 있으니 배워두도록 합시다. 디자인과 코딩 등은 외주가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제조업자 섭외: 제품 샘플과 비용 추정치 확보, 가격 협상, 재무제표 등 평가
-콘텐츠 창출: 그래픽 디자인과 브랜드 제작, 제품 제작, 시제품 만들기. 인간적 접근과 스토리 부여를 통해 잠재고객들로 하여금 해당 브랜드를 친근하게 느끼도록 한다.
-운영 관련 활동: 유한회사 설립, 판매자 계정과 은행 계좌 개설
-웹사이트 만들기: 호스팅과 웹사이트 디자인, 이메일 주소 목록 소프트웨어 등
-출시: 제품 출시, 보도자료 배포와 인플루언서 활동 등 마케팅 개시
4. 시제품-기능성이 없는 모의 시제품을 만들어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검증합니다.
-예: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에게 협찬해 당신의 상품을 노출하고 시장 반응을 살핀다.
5. 엄격한 검증-완전히 기능성을 갖추게 된 시제품을 통해시장 반응을 살핍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표적 겨냥 기능을 갖춘 매스마켓 웹사이트에 제품을 게시하거나 광고하고 반응을 살핀다.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한다. 단 좋은카피, 전문적인 설명 비디오, 신속한 출시 방안이 마련된 경우에.
-시장의 반응은 메아리, 흡음, 전환로 구분된다. 메아리를 분석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흡음 시 채널·도달·메시지를 점검하고 이미 '충분히' 이뤄진 상태라면 방향을 고친다. 전환 시 효율화를 위해 평가하고 조정한다.
6. 생산가치주의
-사업자로서 당신이 창출하는 만큼 돈을 법니다. 광고가 아닌 제품의 가치가 중요합니다.
-고객들로 하여금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시 찾고 추종하게 만들도록 가치를 높입니다.
7. 전파/증식: 광고, 콘텐츠 마케팅과 채널·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생산가치주의가 확립된 사업을 확장 시킵니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지 않았다...사업 아이디어 만드는 13가지 방법
저자는 이 책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13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혁신과 개선이 그 근간입니다.
아예 새로운 것을 발명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으로도 막대한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토마스 에디슨입니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지 않았습니다. 탄화한 대나무 필라멘트를 이용함으로써 전구의 수명을 늘리는 개선을 이뤘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가치를 창출했고 자기 자신은 큰 부를 이루고 오늘날의 GE(제너럴 일렉트릭)의 근간을 세웠습니다.
추월차선 아이디어 발견법 13가지
-언어: 주변의 불평을 듣고 이를 해소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상한다.
-편의성 증대: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을 구상한다.
-단순화와 용이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수월성을 더한다.
-Wants: 허영, 사치, 오락, 패션 분야 등에서 욕구를 공략한다.
-서비스 간극: 기존 성업하는 업체의 서비스가 나쁘다면 같은 업종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한다.
-지리적 차익거래: 기존 어떤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다른 곳에서 판매한다. 맥락에 따라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는 폭증할 수 있다.
-군중 먹을거리 제공: 군중의 욕구를 충족하는 사업은 망하지 않는다.
-가치 차익거래: 수리해 되팔기. 예: 주택이나 웹사이트 매입 후 리모델링해 되팔기
-용도 변경: 용도를 변경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예: 안 입는 청바지가 주택용 단열재로.
-마케팅 차익거래: 홍보가 잘 되지 않은 제품, 서비스에 마케팅을 강화해 가치 창출.
-과도한 자본주의: 과도한 자본주의에 지친 소비자 노리기. 예: 공장식 양계장에서 나온 값싼 달걀이 아닌 방생형 농장에서 자란 닭에서 나온 유기농 달걀.
-이해관계자의 강등: 주주 이익이 우선화된 대기업과 대비해 고객 중심 기업이 줄 수 있는 서비스 제공
-개선과 제거: 탄화 대나무 필라멘트를 전구에 활용한 에디슨처럼 작은 개선이 큰 반향을 불러온다.
'시간'을 기준으로 삼자...영화 '인 타임'의 교훈
저자가 강조하는 동기부여 방식 역시 매일 실천하며 떠올릴만합니다.
SF영화 '인 타임(In Time. 미국. 2011년 개봉)'을 비유로 들며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도 눈에 띕니다.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유예 시간을 제공받고 이 시간으로 사람들은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집세를 내는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한다는 가상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저자는 이 영화에서의 시간 개념이 현실에서도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소비에 드는 비용은 결국 노동 시간으로 환산되는데, 소중한 현재의 시간을 써서 돈을 버는 직장인의 삶은 '하루를 일해 두 시간을 버는' 그야말로 수지가 안 맞는 장사라고 강조합니다. 결과적으로 일반 직장인의 삶은 돈이 인생을 통제하게 만드는 서행차선이라는 거죠. "오늘의 자유 시간은 내일의 자유 시간보다 더 가치 있다"는데 말이죠. 마침 제가 구독중인 OTT 쿠팡플레이에서도 제공되고 있으니 저도 조만간 한번 볼 예정입니다.
목표에 숫자를 붙이고 매일 정체성을 증명하자
우리에게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저자의 조언도 일상에서 되새길만 합니다.
-변혁을 하는 척만 하는 '액션 페이킹(Action Faking)'에서 벗어나자. 당신은 그것을 하거나 계속 그것에 대해 꿈만 꾸거나, 둘 중 하나를 한다.
-못 하나가 툭 튀어나온 길 바닥에서 동네 개가 아파하면서도 움직이질 않는다. 움직이기에 아직 덜 아파서 그런거다!
-암의 앎-어떤 사람이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 당신에게 치료제가 있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19살이건 83살이건 상관없이 그것을 사려할 것이다. 당신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그런 무언가를 가졌는가?
-목표에 숫자를 붙여라. 다이어트가 아닌 체지방과 근육량 ㅇㅇ% 올리기!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를 매일 증명하자. 담배를 적게 피는 사람이 아니라 비흡연자다!
-환경조성-제대로 된 전쟁터에서 싸워라. 다이어트의 전쟁터는 부엌 냉장고가 아니라 마트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부자로서의 삶을 지탱하는 덕목으로 비교 면역력, 목적있는 저축, 쾌락 통제력, 결과 예측적 사고력 등 4가지를 제시하고 자산 관리 방법을 소개합니다(이건 일단 부자가 된 뒤 다시 보도록 합시다).
"지름길은 없다"는 저자...'4시간만 일하기' 돌려까기?
엠제이 드마코는 '부의 추월차선'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부자가 되는 지름길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서행차선에서 추월차선으로 갈아타야 한다고 강조할뿐이지, 그렇다고 추월차선에서의 과정이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사업 전개 과정에서 과정 중시 원칙을 지키지 않고 한 주에 예닐곱날을 하루 10시간씩 일하지 않는다면)당신은 사건 중심적이고 단 4시간만 노력하고 나가 떨어지는 떼거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성공학 부문 작가로서 경쟁자일 수 있는 '나는 4시간만 일한다'의 저자 팀 페리스를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은 과한 것일까요?
시간을 인생의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놓고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소득창출 방법-결코 지름길은 없지만-을 제시한 책 '언스크립티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