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어제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신랑에게 넘겨놓고 잠들었다. 신랑도 바쁘다 보니 깜빡하진 않았을까 불안한 마음에 눈 뜨자마자 확인해 본다. 잘 처리되어 있는 것을 보니 파트너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한다. 창을 열어 바깥을 보니 바다 쪽은 해가 비치고 도심 쪽은 먹구름에 뒤덮여 어두컴컴하다.
'재밌는 날씨네.'
등원 준비를 마치고 내려가니 웬일로 유치원 버스가 아직 안 와있다. 버스 출발시각은 8:53이지만 3분 일찍 나오라고 하여 평소 8:50까지 나가는 편이다. 8:48에 나가도 먼저 와서 대기 중이었기에 오늘도 그러려나 했는데 8:47이라 그런지 아직 안 왔다.
"오늘은 우리가 이겼다, 예~!!"
아이들과 부산을 떨다가, 시간은 남고 아침기온은 낮으니 따뜻한 라테 두 잔을 샀다. 카페에 들어갈 때는 흐리긴 해도 비가 오지 않았는데, 커피를 사서 나오니 우박 같은 눈송이가 후드득 떨어진다. 아이들을 얼른 태워놓고 커피는 버스 선생님들 드시라고 드렸다. 집안으로 들어가며 보니 눈송이가 바닥에 붙지 않고 데구루루 구른다. 재밌는 날씨다.
집에 들어와 시리얼 한 그릇과 감기약을 챙겨 먹은 후, 오늘의 해야 할 일을 검토해 본다. 별로 대단한 게 없다. 어제 하던 서류 작업 보충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주말에 뭐 먹을지 계획해서 장 보기 정도? 시리얼로는 배가 안 차길래 버거 세트를 하나 시키기로 했는데 신랑은 안 먹는다고 한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잠이 드니 신랑과의 생활 사이클이 안 맞는다. 나는 주간근무, 신랑은 야간근무라 나는 아침점심 식사가 중요하고 신랑은 점심저녁과 야식을 먹는다. 함께 먹는 재미가 줄어 아쉽다.
빨래를 개어 정리하고, 마트에서 식재료를 주문하려는데 뭘 시키면 좋을지 모르겠다. 단골 상품인 우유, 계란, 과일은 이미 있으니 밥 해 먹을 것만 담으면 된다. 머릿속이 멍해져서 고기만 500g 주문하고, 밑반찬은 반찬가게에다 주문했다. 반찬이 도착했길래 신랑 먹으라고 밥 차려주고, 아이들 물품 중 작아진 신발과 옷을 정리하여 박스에 담는다. 옷은 한 번만 입어도 세탁하여 건조기로 돌려 버리니 상태가 좋은 것이 별로 없다. 그래도 막 입는 옷도 필요할 테니까, 주변 동생들에게 물려주고는 있다. 계절에 맞게 착착 보내주면 더 좋겠지만, 그럴만한 정신은 없어 지난 계절 것을 미리 보내주는 게 조금 미안할 따름이다(몇 달간 짐일 테니).
자꾸만 알림 창에 뜨는 메시지가 정신없어 지금 활동 중이 아닌 톡방들을 정리했다. 주말에는 각 잡고 앉아서 각종 상업채널들을 다 끊어버려야겠다. SNS도 재정비해야지.
하원한 아이들이 아빠랑 킥보드를 타고 올 동안, 아이들 물병을 꺼내어 쌓여있던 설거지와 함께 식기세척기에 넣어버리고 좀 쉬었다. 넘어졌다고 울면서 들어오는 아이들을 달래주고 같이 놀다 밥을 차려 먹고 치우고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 종일 뭔가를 하고는 있었는데, 뭘 했냐고 물으면 대답할 만한 게 없는 날이다. 피곤한 걸 보니 뭔가 한 것 같긴 한데 말이다.
'나 오늘 뭐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