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3월 15일

by 란님


아침 8시, 하원준비를 위해 일어나는 시각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생활리듬이 완전히 맞추어진 것 같다. 억울하다, 오늘은 주말이라 늦잠자도 되는데. 거실로 나와 환기하며 잠시 혼자만의 시간 갖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셋째가 엄마를 찾아 밖으로 나온다. 안아 들고 다시 누웠지만 우리 둘이 꼼지락 거리는 소리에 다른 아이들도 깨어난다.


바깥이 뿌옇길래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니 '보통'이라고 뜬다. 네이버의 '보통'은 미세미세 앱에서 '나쁨'이라는 걸 알지만 애써 생각에서 지운다. 내 인식과 관계없이 먼지 농도는 일정할 텐데, '미세먼지가 심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오늘 하루 기분에도 먼지가 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며칠 전만큼 심하게 안 좋지는 않아 다행이라고 위안한다.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고 치운 후, 아이들이 노는 동안 빨래를 돌린다. 밥을 안치고 점심메뉴를 레시피를 찾아본 후 마트에서 주문한 식재료 배송이 오길 기다리는데, 12시 이후 배송이라고 하니 빨리 와도 1시간 정도가 남는다. 잠시 쉴까 싶어 침대에 누웠지만 잠들 수가 없다. 세 아이들이 돌아가며 들어와 엄마를 타고 넘으면서 논다. 예전에야 귀여웠지만 이제는 각자 15kg을 훌쩍 넘어 밟히면 꽤나 아프다. 30분 정도 시달리다가 20분 정도 눈을 붙였다 깼는데 배송 소식이 없다. 12시 즈음 도착하려면 지금쯤 안내 메시지가 와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빠른 배송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아이들이 배고파하기에 어쩔 수 없이 냉장고 속 반찬을 꺼내기로 한다. 아이들에게는 에그 스크램블과 진미채 볶음, 쥐포구이를 내어주고, 신랑에게는 쥐포구이, 애호박찌개, 깻잎 반찬을 주었다. 셋째는 밥과 쥐포만 먹고, 첫째와 둘째는 계란, 진미채만 먹는다. 취향도 참 가지각색이다. 부족한 부분을 물물교환으로 채워주며 나도 밥을 먹었다. 설거지를 마친 다음, 신랑에게는 믹스커피를 타주고 나는 핫초코를 만들어 아이들과 나누어 마셨다. 빨래를 개는 동안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을 정리하게 한 후,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어제 에그박사 13권을 다 읽었으니, 오늘 읽을 14권을 사러 서점에 가야 한다. 간 김에 티니핑 색칠놀이와 한글놀이 책도 샀다(어제 한글용사 공연을 보고 왔으니 한글에 관심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아주 오랜만에 들른 바닷가 카페에서 온 가족이 수플레 팬케이크와 딸기 음료를 사 먹고 돌아왔다.

"빵 사 먹는 날에는 특별히 밥을 더 잘 먹어야 해"라고 이야기해 주었는데 과연 어떨지 지켜보자.

집에 돌아와 식기세척기에서 나온 설거지를 헹구어 정리하고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가지며 글을 썼다. 자유시간이 끝나면 저녁을 차린다. 점심메뉴로 생각만 하고 못 했던 오징어볶음을 해 먹기로 결심했다. 양파와 오징어를 다듬어 프라이팬에 넣고 볶으면서 양념만 조금 더해주면 끝이다. 아이들용으로 간장과 메이플시럽을 넣어 먼저 볶고, 반을 덜어낸 다음 신랑용에는 고춧가루를 뿌려 볶았다. 나름대로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계속 배려하고 대접해주고 있는데, 신랑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위해 이런 배려를 해주면, 나는 참 고맙고 따뜻할 것 같은데. 취향만큼이나 성격도 각양각색인 걸까. 아니면 신랑도 무언가를 배려하고 있는데 내가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일 텐데 말이다.


주말인데 너무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만 논 것 아닌가 싶어 죄책감이 든다. 토요일에 공연 하나 본 걸로 퉁치기에는 좀 아쉬운 마음이 있다. 이번 주에 쉬었으니 3월의 다른 주말에는 좀 더 분발해볼게, 아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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