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2월 6일

by 란님


얼마 전 입춘이 지나서인지 요 며칠 날씨가 온화한 느낌이었다. 오늘도 럴 것을 기대하며 등원버스를 향해 나섰는데, 코너를 돌아 건물 벽의 보호를 벗어나자마자 거센 바람이 휘잉 불어왔다. '다시 추워지려나' 싶던 생각에 근거를 제공해 주듯 10시경 재난문자가 왔다. 오늘 밤 9시경 한파경보가 발효된다고 한다. 밤라더니, 오전 내내 바람이 휘몰아쳐 잠시만 창을 열어두어도 방의 기온이 훅 떨어졌다.


들어오는 길에 이틀 동안 쌓인 택배박스를 뜯어 분류했다. 월초에 쇼핑하는 사람이 많은 건지, 곧 설 연휴라 프로모션이 많아진 건지 인터넷 쇼핑 라이브방송이 잦아져 필요한 물품을 여러 건 구매하였다. 어떤 사람은 택배가 오면 설렌다는데 나는 생필품을 사서 그런가 귀찮기만 하다. 먼 거리를 오느라 뻑뻑하게 굳어버린 테이프와 송장을 제거하는 일은 큰 스트레스이기에 여러 개를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처리한다. 테이프를 꽁꽁 둘러 붙인 박스가 최악이고, 종이테이프를 쓰는 곳은 호감, 테이프를 쓰지 않는 친환경 택배박스 사용은 극호감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달라 보인다.


설거지와 빨래를 돌려두고 잠깐 쉬는데 유치원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둘째가 볼일을 오래 참았는지 바지를 다 내리기 전에 쉬야를 해버려 바지에 살짝 묻었다고 한다. "아이가 불편해 보여요"라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부모가 있을까. 신랑에게 부탁해서 바지와 팬티를 들려 보냈다. 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거나 멀리 있었다면 불편한 마음을 안고 종일 참는 수밖에 없었겠지. 일하는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우리 엄마는 어땠을지 생각하니 짠하다.


신랑 친구가 한우 보내왔다. 선물을 주고받을 일이 별로 없는 우리 집은 주는 게 적은 만큼 들어오는 것도 적다. 런데 소고기가 들어오니 반갑다, 저녁 메뉴 해결이다. 근처 마트에서 상추와 아스파라거스, 딸기를 주문하여 디저트까지 준비 완료다. 5시 즈음 배달이 온다고 하니 시간도 딱 좋다.


밤에 한파가 온다고 하더니, 오후부터는 바람이 잦아들어 별로 춥지 않았다. 이 지역은 온도보다 바람 세기가 더 중요하다. 육아로 바쁜 주말이 오기 전에 얼른 운동을 하고 오겠다고 나간 신랑에게는 아주 잘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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