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에 대한 착각과 고민의 시작
당신의 삶에 ‘데이터’라는 의미가 자리 잡은 것은 언제인가?
나는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데이터’라는 개념을 인지하고 이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은 ‘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나는 본래 디자이너가 아니다. 지금도 전형적인 의미의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회사에 다니며, 어느 순간 ‘디자인이 필요하다’라고 느끼게 되었다. 디자인은 감과 센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마주한 디자인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것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하는 방법이었다.
감과 센스의 영역이라고만 여겼던 디자인조차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나는 데이터가 무엇이든 답을 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믿기 시작했다.
여기가 착각의 시작이었다.
현직과 대학원을 병행하고 있던 나는, 밤낮으로 데이터를 바라보며 다양한 문제를 해결했다. 낮의 조직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리포트와 대시보드 형태로 만들어 실무자에게 전달했다. 밤에는 대학원에서 개인적인 질문의 ‘답’을 찾고자 했다. 특히 디자인 관점에서, 실무자들에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실무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한 정보를 제공한 이후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문제는 다시 발생하곤 했다. 대시보드 사용자는 줄어들고, 사람들은 다시 기존의 업무 방식을 고수했다.
한때는 이런 일이 ‘우리 조직에서만’, 혹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서울에서 영국의 대기업 미디어 그룹에서 일하는 데이터 분석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던 중 흥미로웠던 점은, 영국의 대시보드 사용자 역시 결국 ‘엑셀 데이터 다운로드 버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웃으며 대화를 마쳤지만, 나의 고민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왜 이런 일들은 반복되는 걸까?
결국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의 이러한 고민에, 데이터는 답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