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시작되는 순간
고민을 품은 채 나의 일상은 반복되었다.
기업에서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된 것이었고, 유수한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했다. 그리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가 정착되었다고 믿는 조직에서, 실무자들은 데이터가 내놓는 ‘답’을 원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가가 붙어 답을 찾아주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어느새 우리에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란, 데이터가 내뱉는 답에 의존하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었다.
이런 일상 속에서, 나의 새로운 질문은 다시 디자인에서 시작되었다. 고민의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디자인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한 첫날, ‘디자인 사고’라는 수업에서 교수님이 칠판에 적은 질문을 마주했다.
‘What is thinking?’
생각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언제 생각하는가?
물론 생각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소위 쓸데없는 생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수업에서 다루고자 했던 사고의 이유는 하나의 명제로 정리될 수 있었다.
‘사람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자.
5 + 5 = ?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답은 10이다.
17 + 34 = ?
이제는 약간의 암산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0.25와 1/3 중 더 큰 수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0.25를 1/4로 바꾸어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1/3을 0.333…으로 변환해 비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떨까?
'작년 대비 매출이 10% 증가했다면, 이 회사의 성과는 좋은 것인가?'
이 질문부터는 다양한 사고가 시작된다. 누군가는 시장 성장률에 비해 저조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성과를 판단하려면 이익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만약 회사의 매출이 줄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이 질문을 통해 말하고 싶은 ‘사고의 이유’는 결국 문제 해결에 있다. 누구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굳이 사고할 필요 없이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간단히 답이 나오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사고를 통해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문제가 어려울수록 우리의 사고의 빈도와 깊이는 증가한다.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한다. 그리고 비즈니스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대부분 이런 어려운 문제에 속한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사용자, 새로운 경쟁사라는 변수들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1+1처럼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와 달리, 과거에 한 번도 풀어보지 못한 문제를 마주하는 것과 같다.
답을 몰랐던 문제를 위한, 나의 사고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