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언어로 말하라

정보에 공감과 몰입을 더하는 법

by Thinknod


지난 화에서 우리는 '청중의 역설'을 마주했다. 아무리 객관적인 데이터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모니터 밖으로 나와야 했다.


결국, 정보를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이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 정보를 누가 보는가?"


이 질문은 데이터 분석의 영역이 아니다. 공감(Empathy)의 영역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공감을 구체적으로 대시보드뿐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다양한 형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숫자의 세계로 몰입시킬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내 이야기'로 만드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데이터 분석가에게 공감이란,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데이터를 보자마자 "어? 이거 내 이야기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 몰입하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주인공이 겪는 갈등이 나의 상황과 겹쳐 보일 때, 우리는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즉 공감을 하게 되면, 우리는 몰입하게 된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나와 상관없는 숫자의 나열은 소음일 뿐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나의 고민, 나의 목표, 나의 상황을 대변하는 순간, 데이터는 강력한 몰입을 만들어낸다.



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가?


앞서 공감은 몰입을 불러온다고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정보에 몰입하면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첫째, 이해의 깊이가 달라진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


둘째, 신뢰도가 높아진다. "이 분석가는 내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구나"라는 믿음이 생기면, 그가 제시하는 데이터와 액션 아이템에도 힘이 실린다.


결국, 설득하고 싶다면 먼저 몰입시켜야 한다. 그리고 몰입시키려면, 그들의 언어와 상황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공감을 이끌어낼 것인가?


그렇다면 차갑고 건조한 데이터 대시보드에 어떻게 뜨거운 공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소설이나 영화가 독자를 몰입시키는 장치, 즉 스토리의 3요소(인물, 배경, 플롯)를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에도 차용해보자.



1. 인물 (Character) : 구체적인 페르소나 설정하기


소설에서 인물은 주인공이다.

독자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며 이야기에 몰입한다.


대시보드와 같은 정보 전달의 형태에서의 주인공은 이를 보고 활용하고자 하는 사용자이다. 따라서 이를 기획하고 만들 때, 사용자가 누구인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많은 대시보드가 실패하는 이유는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대시보드는 그 누구를 위한 대시보드도 아니다.


마치 소설에서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기승전결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모든 조연들의 이야기를 다 담으려고 하면 이야기가 산만해지고 결국 아무도 몰입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누가 이 데이터를 보는가? (마케팅 팀장인가, C-Level 경영진인가?)

그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예산 삭감을 걱정하는가, 신규 시장 진입을 노리는가?)


그 데이터를 보고자 하는 사용자의 역할이나 상황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2. 배경 (Setting) : 데이터가 소비되는 환경 이해하기


소설에서 배경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묘사하며, 독자들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린 주인공의 불타는 마을은 그가 용사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특히 이러한 배경은 시간과 공간을 의미하며, 독자들은 그러한 배경 속의 주인공 이기에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정보의 내용도 사용자의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 물리적, 심리적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언제 보는가? (매일 아침 8시 출근길인가, 월간 회의실인가?)

어디서 보는가? (흔들리는 지하철 안 모바일 화면인가, 대형 스크린인가?)


모바일로 급하게 매출을 확인해야 하는 영업 임원에게, 빽빽한 테이블 차트는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에게 필요한 건 신호등처럼 직관적인 색상의 요약 카드다. 또한 사용자의 배경을 이해하면, 이후 데이터의 적합한 형태(Form)를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3. 플롯 (Plot) : 납득할 수 있는 정보의 흐름 만들기


마지막으로 플롯은 이야기의 흐름을 의미한다. 그리고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이야 말로, 독자가 이야기를 몰입하며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용사가 악당을 물리친 결과에 감동할 수 있는, 어릴적 용사의 마을이 불에 타고, 용사가 동료들과 함께 성장의 과정을 겪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갑자기 상승하거나 떨어진 주가는 납득하기 어렵지만, 실업률 때문인지, 금리 때문인지, 기업의 실적 때문인지, 혹은 국제 정세 때문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납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의 흐름은 꼭 새로울 필요가 없다. 이미 우리는 The Seven Basic Plots에서 언급하는 어벤저스의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라던가, 반지의 제왕의 여정처럼, 이미 잘 알고 있는 흐름으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를 읽는 흐름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는 정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이란 것이 내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육하원칙, 기승전결 등은 사람들이 정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다.


시간의 흐름 (Time Flow): 과거의 추세 -> 현재의 상태 -> 미래의 예측 순으로 배치하여 역사를 보여준다.

전체에서 세부로 (Macro to Micro): 전체 숲(KPI)을 먼저 보여주고, 점차 나무(원인 분석)로 좁혀 들어간다.

대비와 대조 (Contrast): 문제인 곳과 잘하는 곳을 나란히 배치하여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의도를 가지고 정보의 흐름을 설계하면, 사용자는 데이터 안에서 길을 잃지 않고 분석가가 의도한 결론에 납득하며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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