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Ooh-ah)와 아하(A-ha)의 차이
대시보드(Dashboard)란 무엇인가?
이 단어의 어원은 마차의 앞부분, 흙이 튀는 것을 막아주는 판에서 시작해 자동차의 계기판으로 그 의미가 굳어졌다. 생각해보자.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계기판을 통해 속도, 연료량, 엔진 온도 등 복잡한 기계적 정보를 한눈에 파악한다. 그리고 판단한다.
'지금 주유를 해야 할까?'
'속도를 줄여야 할까?'
즉, 계기판의 존재 목적은 화려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Action)'에 있다.
비즈니스 대시보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매출, 유입량, 이탈률... 수많은 지표가 화려한 차트와 숫자로 나열된다. 우리는 이것을 '데이터 시각화'라고 부른다. 어떤 대시보드는 너무나 정교해서 마치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 화려한 대시보드 앞에서 경영진과 실무자가 내뱉는 첫 마디는 감탄사가 아니다.
바로 이 질문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우와(Ooh-ah)와 아하(A-ha)의 차이
나는 한때 내가 만든 대시보드가 '예뻐서' 칭찬받는 줄 알았다. 동료들이 "우와(Ooh-ah)!" 하고 감탄하면 그게 성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감탄은 3초를 가지 못했다. 감탄이 끝난 뒤, 사람들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거야, 뭐야?"
나의 이 착각을 논리적으로 깨준 것은 세계적인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 스티브 웩슬러(Steve Wexler)의 글이었다.
그는 "Avoid making 'So What?' dashboards"라는 아티클에서 뼈 때리는 조언을 한다.
"당신의 대시보드가 '우와(Ooh-ah)'라는 감탄사를 자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통찰을 얻었을 때 나오는 '아하(A-ha)!'이다."
그는 'So What?(그래서 어쩌라고?)'이라는 질문을 듣는 대시보드의 특징으로 '거대한 숫자(Big Number)'를 꼽았다.
예를 들어보자. 대시보드 한가운데에 아주 크고 굵은 숫자가 적혀 있다. 디자이너로서 나는 이 숫자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폰트를 키우고, 아름다운 색상을 입혔을 것이다.
방문자 수: 5,234명
자, 이 숫자를 본 사용자는 지금 샴페인을 터뜨려야 할까, 아니면 비상 회의를 소집해야 할까?
알 수 없다. '맥락(Context)'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어제 방문자가 100명이었다면 5,234명은 엄청난 성공이다. 하지만 어제 10,000명이었다면? 이것은 재앙이다.
결국 사용자는 이 화려한 숫자 앞에서 멈칫한다. 그리고 다시 무력감을 느낀다.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동을 유발하는 질문
웩슬러는 대시보드가 예쁜 그림이 아니라, 자동차 계기판처럼 '행동의 나침반'이 되기 위해 다음 질문들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1. 우리의 결과가 목표보다 '좋은가, 나쁜가?' (Are we ahead or behind?)
2. 그 차이는 '얼마나' 되는가? (By how much?)
3. 이 현상은 '일시적인가, 지속적인가?' (Did that just happen, or going on for a while?)
나는 이 원칙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단순히 "5,234명"을 보여주는 대신, 이렇게 바꿨다.
방문자 수: 5,234명 (▼ 15% vs 지난주 평균)
경고: 3주 연속 하락세입니다.
이제 사용자의 반응은 달라진다. "우와"라는 감탄사는 사라졌다. 대신 "큰일 났네, 마케팅 팀 소집해!"라는 '행동(Action)'이 나왔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가 주는 답, 즉 인사이트다.
논리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나름의 논리, 명확한 비교, 열심히 탐색하고 공부하며 깨달은 'So What'을 해결해 주는 친절한 가이드까지 갖춘 대시보드를 제공했다. 사람들은 이제 데이터를 이해했다. 지금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데이터상으로는 B안이 맞는데... 우리 회사의 '감'으로는 A안이 맞아."
"맞는 말이긴 한데, 왠지 이 차트는 보기가 싫네."
분명 머리로는 이해시켰는데, 왜 그들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을까?
그때 깨달았다. 데이터 기반 설득이라는 것은, 단순히 차트를 논리적으로 보여주는 게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국 '데이터를 보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를 움직이는 일'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대시보드'라는 도구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논리(Logos)만으로는 부족했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 그 다음 단계가 필요했다.
현대자동차그룹. (2022, June 17). 알쏭달쏭한 자동차 용어,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https://www.hyundaimotorgroup.com/ko/story/CONT0000000000037754
Wexler, S. (2018, February 26). Avoid making "So What?" dashboards. Data Revelations. https://www.datarevelations.com/avoid-making-so-what-dashboa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