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설득할 뿐

누구를 위한 데이터인가?

by Thinknod


대시보드는 여전히 사람들을 움직이지 못했다.


회의실의 공기는 차가웠고, 실무 담당자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들은 데이터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게 우리 현실이랑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이 말은 데이터 분석가에게 가장 뼈아픈 피드백이다. 숫자가 틀린 게 아니라, '맥락(Context)'이 틀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까지 데이터를 '객관적 진실'이라고 믿었다. 팩트(Fact)만 보여주면 사람은 설득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순진한 착각이었다.



데이터는 객관적이지만, 사람은 주관적이다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대시보드 화면 속의 데이터는 차가운 디지털 신호일지 몰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눈은 지극히 인간적인 기관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입력(Input)이 들어온다고 해서 똑같은 출력(Output)을 내놓지 않는다.


똑같은 "매출 10% 하락"이라는 데이터를 보여줘도 반응은 제각각이다.


영업 팀장: "거봐, 마케팅 지원이 부족해서 그래." (방어 기제)

재무 이사: "올해 목표 달성은 글렀군. 예산 줄여야겠어." (비관적 편향)

CEO: "이게 일시적인 건가, 구조적 문제인가?" (전략적 고민)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데이터를 해석한다. 이것이 바로 '청중의 역설(The Audience Paradox)'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데이터라도, 청중의 필터를 거치는 순간 주관적인 이야기로 변질된다.



내가 보고 싶은 데이터 vs 그들이 보고 싶은 데이터


나는 과거에 '내가 보여주고 싶은 데이터'를 대시보드에 담았다. 내가 고생해서 분석한 복잡한 상관관계, 화려한 산점도(Scatter Plot), 통계적 유의성...


하지만 그들이 보고 싶었던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영업 팀장은 "당장 내일 내가 전화해야 할 고객 리스트"가 필요했고,

재무 이사는 "이번 분기 현금 흐름이 안전한지"가 궁금했고,

CEO는 "경쟁사 대비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나는 그들의 질문(Question)을 모른 채, 나의 답(Answer)만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설득의 시작: 공감(Empathy)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했다.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모니터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리고 물어야 했다.


"이 데이터를 누가 보는가?"

"그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그가 이 데이터를 보고 어떤 행동을 하길 원하는가?"


이것은 데이터 분석의 영역이 아니다. 공감(Empathy)의 영역이다.

나는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 채, 숫자만 정리하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내 연구의 주제도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차트를 그리기 전에, 종이 한 장을 꺼낸다. 그리고 '페르소나(Persona)'를 적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로소, 설득을 세 개의 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공감은 마음의 문을 열고, 형태는 신뢰의 옷을 입히며, 논리는 생각의 길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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