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이 졸라맨이어도 되는 이유
그림보다 오늘은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누군가가 당신의 그림이 졸라맨이라며 지적질을 할 때 당당히 유투브에 ‘Alan Becker’를 찾아내 그에게 보여줘라. 그러면 게임은 끝난다. 그는 졸라맨 하나의 캐릭터로 조회수가 최고는 2억뷰에서 몇 천만뷰가 평균인 유명 유투버 이기 때문이다. 조회수당 약 1원이라고 계산해 봤을 때 ‘졸라맨’이 그에게 가져다준 부와 명예는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바로 당신의 그림이 졸라맨이어도 괜찮은 이유다.
그런데 같은 졸라맨 인데 왜 그의 ‘졸라맨’과 당신의 ‘졸라맨’의 대접은 이토록 다를까?
졸라맨의 그림체는 대체로 인물 전체를 그릴 자신이 없을 때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고 또한 명암을 그려 넣지 않아도 되는 좋은 방법이다. 인물의 면적을 모두 선으로 표현해 버리면 부피감이나 밀도 등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되기때문이다. 그러나 졸라맨 스타일의 그림에서 더이상 발전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내면 속 깊은 곳에서는 무엇인가 완벽하지 않을 때 마음이 불편하기에 쉽게 그 이상의 그림을 묘사하는데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게다가 수정하고 고치는 과정이 너무 길면 그리기가 힘들고 지루해지는데 그 지루함을 견뎌낼 ‘재미’까지 충분하지 않다면 당신의 졸라맨은 그냥 낙서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직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졸라맨에 ‘스토리’를 덧입히면 당신의 졸라맨도 세상의 빛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얼굴에 쭉쭉 그어져 있는 졸라맨의 얼굴이 우리로 하여금 희노애락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다름아닌 스토리다. 스토리 상에서 졸라맨은 어느 날은 좌절하는 일상의 삶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하고 어느 날은 희망찬 내일을 꿈꾸게 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졸라맨이라는 캐릭터가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써 충실했을 때 이 모든 것은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그림을 못 그리던, 잘 그리던, 이 ‘Stick man’(졸라맨의 영어식 표현) 캐릭터의 감정에 대중은 함께 공감하며 울고 웃는 캐릭터가 된다. 그 순간만큼 대중은 졸라맨에게 사실적인 명암을 요구하지도 않고 왜 풍부한 색감은 없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림을 잘 못그리는 사람들이 인체를 그릴 때 졸라맨으로 표현하면 쉽게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졸라맨이라도 그리는게 어딘가?
당신에게 충분한 이야기 서사를 만들어낼 능력만 있다면 당신의 졸라맨도 2억뷰의 영상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주위 사람에게 충분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