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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열타자기 Mar 01. 2017

거시와 미시, 큰 칼과 작은 칼

큰 그림이냐 디테일이냐

전투에서 적을 쓰러뜨려 승리하려면 자신이 가진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가 큰 칼과 작은 칼 두 자루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큰 칼은 매우 크고 단단해 힘과 내구성이 좋지만 민첩함과 세밀한 맛은 떨어집니다. 작은 칼은 가볍고 예리하지만 내구성, 세기는 매우 약합니다. 이러한 무기의 특성에 맞게, 상대의 상태와 스타일에 따라 두 무기를 전략적으로 사용해야겠죠.          


큰 칼은 힘 대 힘으로 겨뤄야 할 때, 상대에게 큰 피해를 입힐 때 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작은 칼은 매우 예리하고 날카롭기에 상대가 빈틈을 보일 때, 결정적인 순간 급소를 정확히 파고들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큰 칼은 거시적인 관점의 전략, 작은 칼은 날카로움, 차별화를 기반에 둔 디테일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두 자루의 칼을 상황과 쓰임에 맞게 잘 쓰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큰 칼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입혀야 할 시점임에도 작은 칼로 대응하거나, 상대가 빈틈을 보여 급소를 찔러야 하는 순간임에도 계속 큰 칼을 휘두르며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큰 그림이 필요할 때와 디테일을 챙겨야 하는 순간을 파악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서로 각 칼의 장점만을 이야기하며 그것을 사용해야 할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큰 칼이 좋다, 무조건 작은 칼이 좋다고 고집한다면 두 자루의 칼은 아무 쓸모없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을 잘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고 내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혹 맥락과 상황에 상관없이 자기 무기의 장점과 필요성만을 고집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자신의 무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쓰임과 파급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때로는 상대에 따라 다른 무기를 사용해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맥락을 읽는 시야와 경험, 편협하지 않은 사고가 승리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너무나 날카롭게 잘 가다듬은 자기 무기를 사용하는 실력 있는 선수들을 자주 만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기 무기만을 고집하며 자기 무기와 다른 종류와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들의 강점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강점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혹시 나도 그렇지는 않을까 타산지석으로 삼게 됩니다.     


진정한 고수, 좋은 콘텐츠, 전투에서 승리는 결국 맥락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최창규 (THINK TANK Contents Director & Founder) : https://www.facebook.com/cckculture

THINK TANK Contents : http://blog.naver.com/thinktank_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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