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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열타자기 May 01. 2017

계획과 정답이 아무 소용없는 이유

계획과 전략의 함정



요즘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화두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모든 일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한 질문. 어떤 일을 하기 전 명확한 계획과 치밀한 전략을 짜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특히 사업을 운영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매니저 입장에서는 이런 계획과 로드맵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처음부터 명확한 결론, 큰 그림을 그려놓고 일정에 맞게 그 속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합리적이고 효율을 극대화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계획과 전략이 무슨 소용이겠냐는 생각까지 드는데 짧은 경험에 비춰본 이유는 대략 이렇다.    

 





1. 밑그림 그린 수준만큼만 나온다

말 그대로 미리 스케치한 밑그림의 규모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큰 그림과 계획을 수립을 한다는 것은 사전에 일정한 한계와 정답을 정해놓는 것이므로 모든 사고와 행위가 그 결과의 틀에 맞춰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현되는 창의성, 융통성을 반영하기 사실상 쉽지 않다. 원래 계획, 결론보다 뛰어난 무언가가 나오더라도 무의식적으로 결과에 맞추게 되고 그 그림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답정’수준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 계획만 집착하는 계획병자가 된다

아주 작은 일을 하더라도, 빠른 실행을 통해 사이즈와 결과를 가늠해야 하는 일임에도 성공에 가까운 ‘완벽한 계획’만을 찾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계획에 집착해 빠른 실행과 실패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대부분의 조직 사회 구조로 인해 '계획을 위한 계획'에만 집착하는 '계획병자'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구조와 분위기에서 평범한 수준은 보장될 수 있지만 비범한 수준의 결과물은 나오기 어렵다.      



3. 결과만 집착하는 하루살이가 된다

계획 수립에는 KPI라는 (폭력적이고 1차원적인) 목표치가 꼬리표처럼 따라오게 된다. 때문에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치에 부합하지 않으면 철저하게 실패로 낙인찍힌다. 계획은 철저히 결과지향적일 수밖에 없기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정은 아무 소용없다.’는 말이 모범 답안처럼 반복된다. 과연 그럴까? 과정이 충실하고 실험적이었다면 그 결과치가 당장 보이지는 않더라도 (망하거나 멈추지만 않는다면) 그 과정은 항상 보이지 않는 튼튼한 토대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당장의 성과로 인정을 받고 자리를 지켜야 하니 계획에 맞춘 '하루살이'로 전락하게 된다.



4.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 상황은 수시로 변하고 레고 블록 맞듯이 내가 원하는 대로 딱딱 맞아 들어가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좋은 안이 나오면 상황이 매우 긍정적이지만 대부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계획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한다 하더라도 힘들게 수립한 계획에 집중하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게 되면 그 에너지와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오히려 기존 계획에 따라 투자한 시간은 시행착오가 되어버린다.)              

           




계획과 정답의 무용론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계획과 방향성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기본적으로 자신과 외부 상황에 맞춰 생각하고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 역시 계획의 범주에 속하고, 어느 정도 큰 틀에서의 방향과 범위를 설정해야 헤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성장과 확장 가능성을 제한하고 창의성과 융통성을 제한한다면 평범하거나 그 이하의 결과만 나올 뿐이다. 


계획은 가급적 작고 가볍게, 실행은 빠르고 꾸준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최창규 (THINK TANK, Brand & Marketing Director)

 litt.ly/thinktank_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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