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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열타자기 Jun 20. 2017

버티는 것이 무조건 옳은걸까

의미가 왜곡된 존버정신


벌써 오래 전 일이다. 광고 에이전시 몸담을 때였는데 매일같이 시달리는 야근과 스트레스, 내 가치와 방향성에 맞지 않는 업무에 지칠대로 지친 나는 마땅한 대안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거창한 목표나 다음 플랜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이러다 내가 죽을 것 같아서'가 그 이유였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가족, 친구, 동료들을 막론하고 내 선택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보다는 '조금만 더 버텨봐. 그러면 좋은 날이 올거야'.  '지금 포기하면 남는게 없어', '하여간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네'는 등의 아쉬운 소리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 오랜 세월을 살지 않았지만 몇 년의 사회생활, 내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다보니 무조건 버티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에 대한 회의와 동시에, '버틴다'의 미덕이 매우 잘못 사용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소위 성공했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버티라’는 덕목이 공식처럼 따라온다. ‘버틴다’의 정의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 목표를 위한 인내심과 집념, 의지이지 잘못된 관행과 자기 발전 없는 상황을 억지로 참고 희생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무엇보다 버티라는 덕목을 강조하는 대부분이 (온전한 개인이 아닌) 큰 조직의 리더나 고위 관리자의 위치가 많다보니 그것이 수직적이고 폭력적인 개념으로 변질되었다.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방식과 울타리에서 버티지 못하면 실패, 낙오자로 규정하는 구시대적 발상이 문제다.  

    

그것이 나와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릴 줄 알고 남의 방식이 아닌 내 방식대로 스스로를 증명해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온갖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내 철학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의지와 실행력이 진짜 버티는 자의 자세가 아닐까.      


불합리한 상황에도 계속 버티면 기회가 온다는 것에 이면에는, 버티다보면 그 불합리한 상황에 내가 불합리함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차례가 온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즉, 그들과 똑같아질 뿐 발전과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버티라는 말을 하기 전, 절이 싫어 떠나는 중을 탓하기 전에 그 절이 어떤지 먼저 돌아보자. 그리고 남이 아닌 내 스스로를 위한 버티기가 무언지 다시 생각해보자.



최창규 (THINK TANK, Brand & Marketing Director)

 litt.ly/thinktank_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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