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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쥬 Jul 29. 2018

우울증인 너와 함께

우리의 고군분투기

 얼마 전 인터넷 모 커뮤니티에서 그런 글을 보았다. 자신이 속된 말로 ''을 타는 친구가 있는데, 막 발전하려는 초기 단계 우울증을 고백해 왔다는 것이다. 정리할지, 아니면 계속해도 괜찮은지를 묻고 있었다. 댓글에는 그만하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미 많이 발전된 사이가 아니라면 굳이 시작하지 않는 게 낫는 조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거 쉬운 일 아니라고.


 "I have a depression."


 처음 내가 짝꿍으로부터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고백을 들은 것도 관계가 막 발전하기 시작했던 때였다. 돌이켜보건대 당시엔 그 말의 함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냥 우울증이 있구나 정도로 매우 담백하게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짝꿍은 약을 복용하며 잘 관리된 상태였고, 거친 시간이 찾아오더라도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사이이기에 드러내기보다 잘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평소 나 스스로를 꽤 비관적이고 염세적이라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일가견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실제로는 우울증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했다. 우울한 감정을 일시적으로 느끼는 것과 우울 성격이 다르다는 것도 이제야 안다.


 그 글을 보며 나에게 물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 짝꿍으로부터 다시 그 고백을 듣는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아주아주 솔직히 말해서 지금 시간을 되돌린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쪽을 선택해 버릴 것만 같다. 그만큼 생에 걸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그를 온전히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근 몇 년 새 어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우환들을 겪으며 짝꿍우울증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몇 개월은 약까지 중단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간 짝꿍의 삶에서 가장 심각한 상태의 우울증그도, 나 역시도 온몸으로 겪내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함께 고작 8개월지낸 지금,  8개월이 지난 7년의 관계를 모두 잠식해 버릴 정도다. 무모하게, 무지하게 시작한 이 관계를 버텨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랑도 사랑이겠지만 무엇보다 그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


 '어린왕자'를 어려서부터 좋아해 여러 번 읽어왔다.


 "네가 길들인 것에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시간을 들여 서로에게 의미가 되었기에 책임이 있다. 그는 나의 장미다. 게다가 의 우울증이 이토록 깊어진 데에는 나의 지분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간 무지했기에 가능했던 실수들을 이제는 만회해보려 한다.


 그 어떻게든 '함께' 해보려는 이야기를, 우울증인 짝꿍과 살아보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조금씩 적어보려고 한다. 되려 내가 무너질 것 같을 때 도움이 되었던 조언들도 나눠보려 한다. 마치 교육적인 척해보지만 어쩌면 이렇게나마 속풀이를 하지 않으면 온통 썩어문드러질 것 같아 탈출구를 이렇게 찾는지도 모르겠다. 우울증의 정도나 예후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주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있다면 누군가는 나 같은 시행착오는 덜 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담아본다.


 뻔하지만 다시 한번.


 "When your world seems to be collapsing, I am still here for you. You are not alone.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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