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하라는 그 말. 나에게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 같았다.
숨길 이유가 없었다.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워 이겨 냈고, 그 결과 완치자가 되어 퇴원했기 때문에.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면역이 되었고 항체가 생겼다. 이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가끔은 이들은 과연 나를 진정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그냥 자신의 걱정을 나에게 지어주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만나는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 나, 커피 자리에서 퇴원을 축하를 받기 무섭게 질문들이 쏟아진다. "아팠어?", "병원은 어때?", "1인실이었어?", "밥은 어땠어?", "병원비는 얼마 나왔어?", "정말 향이랑 맛이 안 느껴져?", "어떻게 걸렸어?", "등 그들이 궁금했던 것 들을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에게 답을 한다.
— "초기 2주 동안은 38.5도의 고열이랑 인후통에 시달렸어. 내가 아픈 것을 잘 참는 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견딜만했어."
— "1인실을 사용했고, 에어컨이랑 선풍기가 없었어. 에어컨을 사용하면 바이러스가 병실 밖으로 실외기를 통해 나가게 되고, 선풍기를 켜면 바이러스가 에어로졸이 되니까. 첫 5주 동안은 병실에 샤워실이 없어서 수건을 물에 적셔서 몸을 닦아야 했었어."
— "격리병실이다 보니 음식은 도시락에 나왔어. 병원이라 그런가, 왜 그렇게 코다리가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더라고"
— "진료비는 2500만 원이 나왔지만, 자부담비는 320만 원이 나오더라고. 근데 그것마저도 나라에서 내주어서 실제로는 무상으로 진료를 받았어."
— "나는 기침은 없었어. 하지만 38.5도의 고열이랑 가래와 인후통이 있었어. 다른 환자 분 이야기를 들어보니 30대 중반의 남자분은 입원 후 폐렴으로 이어져서 호흡기를 달은 케이스도 있었다고 들었어."
— "사실 난 너무 잘 느껴져서 나오는 밥 들은 다 맛있게 먹었어. 나도 궁금해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봤거든? 향이 안 느껴지는 거는 바이러스가 코 안쪽의 뇌와 연결된 곳으로 바이러스가 흘러 들어가 뇌에서 향과 맛을 관장하는 부위에서 염증을 일으키면 냄새와 맛을 못 느끼게 만든다고 하더라."
— "사실 내가 중증 환자가 아니라 그런 조치는 없었던 것 같아. 하지만 열이 나면 열을 낮추기 위한 타이레놀 같은 약이랑, 인후통이 있으면 인후통을 가라앉히는 약 정도를 주는 게 다였어."
— "원칙적으로는 바이러스 유입이라든지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외부 음식이나 물품 반입은 안된다고 했었어. 하지만 병실 자체가 좀 노후되고 시설이 좋지 못해서 외부의 물건 외 음식을 반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주셔서 반입이 가능했지만 아마 병원에 따라 좀 다를 것 같아. 하필 내가 입원 해 있을 때 쿠 모 물류센터 사건이 터져버리는 덕에 몇 주 동안은 외부 음식이나 물품 반입이 불가능했었어."
— "내가 뭐 죄수도 아닌데, 그런 걸 제한 할리는 없잖아. 단지 내가 가져간 노트북과 폰은 퇴원할 때 모두 소독을 해야만 했었어."
— "50일이나 병원에 입원했었어. 그리고 테스트는 합쳐서 26번 받은 것 같아. 코에 면봉을 넣어서 하는 스왑 테스트랑 가래를 뱉어서 하는 테스트 2개를 같이 진행했어."
— "처음엔 일을 하다가 몸이 지쳐서 포기했어. 와이파이도 잘 안돼서 노트북을 만지기도 힘들었었고. 그리고 가장 많이 한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었던 것 같아. 새벽에 잠들지 못할 때는 지구 반대편으로 걸고, 낮에는 가까운 나라의 친구들한테 걸기도 하고. 넷플릭스도 엄청 봤어. 시리즈를 몇 개를 봤는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내 절친이 글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해서 글도 쓰기 시작했고."
친구며, 형님이며, 누님이며 만나는 사람들의 백이면 백은 이런 질문들이 쏟아졌다. 수 십 번씩 되풀이되는 질문에 사실 지키기도 했지만 그들의 걱정과 불안을 종식시켜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질문 하나도 허투루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확진자 숫자가 크게 늘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전환된다. 코로나 통계 페이지를 보면서 그 숫자를 보며 서로 한 숨을 쉴 때 나는 친구의 턱에 걸쳐있는 마스크를 가리키며 한 소리를 한다.
어디 항체도 없는 게 무슨 깡으로 지금 이렇게 마스크 쓰고 있어?
정신 차리자, 친구야"
백이면 백, 빵 터지며 마스크를 고쳐 쓴다.
친구가 마스크를 쓰고 웃기 무섭게 질색팔색 하는 표정으로 "비말 튀니까 마스크 끼고 웃어라"라고 정색하면 "진짜 그 농담은 너 밖에 못한다"며 웃는다.
그리고는 나에게 건네는 친구의 한마디
코로나에 재감염되거나 재양성 될 수 있어. 너도 조심해.
나는 혹시 비말이 튈지 모르니 마스크를 끼고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리고는 친구에게 말했다.
재감염이나 재양성에 관련된 기사가 나온 게 지난 4월 즈음이야.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초기이지.
그때는 충분한 연구가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완치가 되어 퇴원을 한 사람들을 재검사했을 때 종종 바이러스가 재검출되는 경우가 있고 이를 기자들이 재감염이네, 재양성이네라는 자극적인 말들을 써서는 기사를 냈었던 것 같더라.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질병관리본부 연구팀에서 "PCR 검사(유전자 증폭 검사)의 특성상 채내에 남아있는 죽은 세포들도 검사를 하면 양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 신체 구조가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 몸 안의 죽은 세포가 몸에서 배출되는 시기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배포했었어. 근데 사람들은 이 자료는 읽지 않고 재검출, 재양성 이야기를 엄청 하더라고.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게 비단 너만 하는 것도 아니라 거의 만나는 사람 모두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 이것도 일일이 내가 설명을 해줘야 하더라. 에휴."
주변 사람들은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였겠지만, 퇴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에게 "재검출이나 재양성이 될 수 도 있으니 조심해라."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해 줄 때면 "악담인가?"싶기도 했다. 그들 걱정과 배려의 말들은 주변의 유일한 확진자인 나에게 "단 한 번" 말하는 것 이겠지만, 나는 수 도 없이 듣고 또 들어야 했고 저 긴 답들을 또 되풀이해야만 했다.
만약 항체가 무엇이고, 면역 체계가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조금만 더 알아보았다면 "재양성", "재감염"이라는 나에게는 악몽 같은 이야기를 굳이 걱정하며 해 줄 필요는 없었을텐데 말이다.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내가 걸렸던 타입이 아닌 다른 타입의 바이러스에는 다시 걸릴 수 있다는 그 위험을 알기 때문에 어딜 가든 마스크를 쓰고 가능한 집에서 지인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나의 보호 본능이겠지.
조심하라는 그들의 말,
나에게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