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 성과를 넘어 전략의 자리로 옮겨가는 일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주어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실수를 줄이고, 문서를 잘 정리하고, 협업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회사에서 기대하는 실무의 기본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일의 전부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어쩌면 같은 자리에서 반복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불안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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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는 익숙해질수록 ‘몰입’이 아닌 ‘함몰’이 된다
어떤 일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실무를 맡게 됩니다. 일처리가 빠르고, 실수도 적고, 조직 내에서도 신뢰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전략적 판단이나 새로운 기획에 참여할 기회는 멀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조직은 ‘주어진 일만 잘하는 사람’보다 ‘새로운 관점으로 변화를 제안하는 사람’을 더 기억합니다.
매일 쌓아가는 실적과 정량적인 산출물이 당장은 중요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어떤 구조를 바꾸었는지’ , ‘어떤 제안을 통해 방향을 전환시켰는지’와 같은 비정량적인 흔적들입니다.
실무에 ‘함몰’되면, 우리가 정말 가져가야 할 기회—예를 들면 전략, 기획, 결정—는 나도 모르게 지나가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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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성과에 갇히지 않기 위해 필요한 ‘다른 눈’
단기 성과는 분명 중요합니다.
성과 없이 조직에서 살아남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성과가 반복 업무로만 채워질 경우, 그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긴 어렵습니다.
가끔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구조를 바꿔볼 수 없을까?”
“이 업무는 왜 반복적으로 이렇게 들어오는 걸까?” , “이 요청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실무자에서 전략가로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다른 눈으로 일 바라보기'라고 말하곤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구조화하고 줄여나가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것. 그게 바로 전략의 자리로 옮겨가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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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변호사에게 전략의 자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내변호사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실무의 집합체처럼 보입니다.
계약 검토, 법령 자문, 서면 검토 등 하루에도 수십 건의 검토 요청이 들어오고, 그 안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이 실무만으로는 조직 안에서 영향력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계약서 하나를 검토하더라도 "이 계약이 사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 이 조항이 나중에 회사의 전략적 유연성을 막진 않을까?",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건 검토 완료입니다”라는 말 대신 “이런 구조로 바꾸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내변호사의 전문성이 빛나는 순간은 법조항을 정확히 알고 의미를 전달하는 것 그 이상의 지점에서 나옵니다.
조직의 맥락을 읽고, 거기서 최선의 길을 설계하는 능력, 그게 바로 전략 법무의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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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없는 실무자는 기회를 받지 못한다
경험상, 실무자에게 기회가 먼저 주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대부분의 전략적 자리나 리더십의 기회는 “그 사람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 위에 생깁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던지는 질문과 제안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왜 이 단계를 반복하고 있는 걸까?, 이 업무를 자동화하면 우리 팀은 더 전략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질문입니다.
"이 계약 구조는 다음 단계의 사업 확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말 한마디가 단순히 ‘검토자’가 아닌 ‘조언자’로, 나아가 ‘설계자’로의 전환점을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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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역할을 설계할 때입니다.
전략적인 사람은 자연스럽게 기회를 얻는 사람이 아닙니다.
스스로 기회를 설계하고, 그 자리에 자신을 끌어다 놓는 사람입니다. 실무가 쌓이면 안정감은 생기지만,그 위에 ‘관점’이 없으면 성장은 멈춥니다.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자신에게 던져보는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그것이 실무에서 전략으로 넘어가는 가장 현실적인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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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차 예고
Ep.18. 리스크만 말하면 전략 회의에 못 들어간다
- 사업팀의 언어로 말하기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다음 회차 부터는 브런치북 "AI시대 생존전략을 쓰고 있습니다2" 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