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 실무만 하다 보면, 기회는 사라진다

– 단기 성과를 넘어 전략의 자리로 옮겨가는 일

by 송송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주어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실수를 줄이고, 문서를 잘 정리하고, 협업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회사에서 기대하는 실무의 기본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일의 전부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어쩌면 같은 자리에서 반복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불안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실무는 익숙해질수록 ‘몰입’이 아닌 ‘함몰’이 된다


어떤 일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실무를 맡게 됩니다. 일처리가 빠르고, 실수도 적고, 조직 내에서도 신뢰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전략적 판단이나 새로운 기획에 참여할 기회는 멀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조직은 ‘주어진 일만 잘하는 사람’보다 ‘새로운 관점으로 변화를 제안하는 사람’을 더 기억합니다.


매일 쌓아가는 실적과 정량적인 산출물이 당장은 중요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어떤 구조를 바꾸었는지’ , ‘어떤 제안을 통해 방향을 전환시켰는지’와 같은 비정량적인 흔적들입니다.


실무에 ‘함몰’되면, 우리가 정말 가져가야 할 기회—예를 들면 전략, 기획, 결정—는 나도 모르게 지나가버릴 수 있습니다.



단기 성과에 갇히지 않기 위해 필요한 ‘다른 눈’


단기 성과는 분명 중요합니다.
성과 없이 조직에서 살아남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성과가 반복 업무로만 채워질 경우, 그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긴 어렵습니다.


가끔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구조를 바꿔볼 수 없을까?”

“이 업무는 왜 반복적으로 이렇게 들어오는 걸까?” , “이 요청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실무자에서 전략가로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다른 눈으로 일 바라보기'라고 말하곤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구조화하고 줄여나가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것. 그게 바로 전략의 자리로 옮겨가는 첫걸음입니다.



사내변호사에게 전략의 자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내변호사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실무의 집합체처럼 보입니다.

계약 검토, 법령 자문, 서면 검토 등 하루에도 수십 건의 검토 요청이 들어오고, 그 안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이 실무만으로는 조직 안에서 영향력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계약서 하나를 검토하더라도 "이 계약이 사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 이 조항이 나중에 회사의 전략적 유연성을 막진 않을까?",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건 검토 완료입니다”라는 말 대신 “이런 구조로 바꾸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내변호사의 전문성이 빛나는 순간은 법조항을 정확히 알고 의미를 전달하는 것 그 이상의 지점에서 나옵니다.


조직의 맥락을 읽고, 거기서 최선의 길을 설계하는 능력, 그게 바로 전략 법무의 본질입니다.



질문이 없는 실무자는 기회를 받지 못한다


경험상, 실무자에게 기회가 먼저 주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대부분의 전략적 자리나 리더십의 기회는 “그 사람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 위에 생깁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던지는 질문과 제안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왜 이 단계를 반복하고 있는 걸까?, 이 업무를 자동화하면 우리 팀은 더 전략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질문입니다.


"이 계약 구조는 다음 단계의 사업 확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말 한마디가 단순히 ‘검토자’가 아닌 ‘조언자’로, 나아가 ‘설계자’로의 전환점을 만들어줍니다.



지금은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역할을 설계할 때입니다.


전략적인 사람은 자연스럽게 기회를 얻는 사람이 아닙니다.


스스로 기회를 설계하고, 그 자리에 자신을 끌어다 놓는 사람입니다. 실무가 쌓이면 안정감은 생기지만,그 위에 ‘관점’이 없으면 성장은 멈춥니다.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자신에게 던져보는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그것이 실무에서 전략으로 넘어가는 가장 현실적인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회차 예고

Ep.18. 리스크만 말하면 전략 회의에 못 들어간다
- 사업팀의 언어로 말하기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다음 회차 부터는 브런치북 "AI시대 생존전략을 쓰고 있습니다2" 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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