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 전략은 참여에서 시작된다

-사내에서 영향력을 만드는 개입과 질문의 기술

by 송송



한 줄의 질문이 전략이 된다 — 영향력을 설계하는 법무의 방식


법무팀이 조직 내에서 정말 ‘중요한 팀’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요청받은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업담당자가 “이 계약서 좀 봐주세요”,“이거 법적으로 문제 없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성실히 응답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법무팀이 전략적인 파트너로 인식되기는 어렵습니다.


진짜 전략적 법무가 되기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우리 스스로가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리스크는 대부분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만들어진다


많은 리스크는 일이 이미 벌어진 후에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문제는 아무도 모르게,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 순간에 서서히 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계약서 초안이 처음 작성될 때, 신사업 아이디어가 기획안 수준에서 논의될 때, 조직 개편이나 신규 서비스 런칭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을 때, 이런 시점이 바로 리스크가 자라나는 순간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용히 커지고 있는 위험을 포착해,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하는 것. 그것이 법무의 진짜 영향력을 좌우합니다.



‘검토하는 팀’을 넘어 ‘설계하는 팀’으로


회사에서는 종종 법무를 ‘리스크를 검토해주는 부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작동해서는 회사가 리스크를 사전에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법무는 ‘계약 체결 전까지 검토만 하거나, 일이 터지고 나서야 개입하는 부서’ 가 아니라, ‘일이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팀’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모습일까요?


계약서 초안을 만들기 전에, 구조 자체가 너무 불균형하진 않은지 피드백을 주는 것. 신사업이 논의되기 시작할 때, “공정거래법 이슈가 발생할수 있어요”라고 사전에 이슈를 제기하는 것.


이런 사전 개입은 단순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막는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개입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법무팀을 전략의 일부로 인식하게 됩니다.



개입을 개인의 ‘감’이 아니라 조직의 ‘시스템’으로


사전 개입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문제는 어떻게 그런 개입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느냐입니다.


누가 봐도 중요한 일에는 당연히 법무가 들어가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이 정도까지 법무가 봐야 하나?”라는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개입을 개인의 감각이 아니라 조직의 룰로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입니다.“10억 원 이상 규모의 계약은 초안 단계에서 법무팀 사전 검토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처럼 숫자 기준이나 유형 기준으로 프로세스를 정해두면, ‘개입’이 더 이상 민감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절차가 됩니다. 법무팀도 눈치 보지 않고 개입할 수 있고, 실무자들도 일관된 기준 속에서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됩니다.



개입의 기록이 곧 전략이 된다


또, 조금 더 나아가 보면, 법무가 개입했던 시점과 그 내용을 꾸준히 기록해 두면, 나중에 이것이 굉장히 유용한 전략 자산이 됩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유형의 계약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이슈가 생긴다면,이걸 바탕으로 자동 알림 시스템이나

사전 리스크 탐지 가이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개입의 히스토리를 축적하고 분석하면, 나중에는 리스크를 예측하는 시스템까지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잘 대응하는 법무’에서 벗어나, ‘미리 감지하고 경고해주는 법무’가 됩니다.



영향력은 ‘말’보다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모든 흐름의 핵심에는 사실 아주 단순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질문입니다.


법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은, 상황을 바꾸는 한 마디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계약은 왜 지금 체결해야 하나요?”

“이 조건이 반복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앞으로 이 결정이 유사한 사례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셨나요?”


이런 질문은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함께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이 잘 들어가면, 조직 전체의 판단 틀이 바뀌게 됩니다.



질문은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판단의 틀을 바꾸는 도구다


좋은 질문은 단순히 답을 얻기 위해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질문은 어떤 사안의 본질을 다시 보게 만들고,판단의 기준을 새롭게 세우는 도구입니다. 그 질문이 있은 뒤부터는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법무팀은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를 넓혀주는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단순히 ‘리스크를 막는 부서’가 아니라, ‘조직이 더 좋은 결정을 하도록 설계해주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영향력은 ‘초대받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


“중요한 회의에 법무는 왜 안 불르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회의에 법무가 빠져 있는 건, 누군가 초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왜 초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법무가 조직의 의사결정 흐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판단에 필요한 구조를 잘 정리해주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잘 해내는 사람이,결국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조직안에서 전략적인 판단의 프레임을 설계하는 사람


AI 시대에 들어선 지금, 사내변호사가 해야 할 일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핵심은 여전히 같습니다.


법무는 단순히 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의 프레임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한 줄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결정이, 정말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을까요?”


그 질문 하나가 전략이 되고, 그 전략이 법무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조직 안에서 만들어가야 할 영향력의 본질입니다.




Ep.16. 사내변호사 어디까지가 제 일일까요?

- 법무와 전략 사이, 그 흐릿한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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