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추억 #8

마음이 방전된 금요일 저녁

by 셋째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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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퇴근길은 항상

한 시라도 빨리 회사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로 붐비게 마련이다.


평일 저녁에는 지하철, 버스 둘 다 그럭저럭 탈 만했는데

금요일 저녁엔 각오를 해야만 했다.

특히 버스!

한 두 대를 보내고서도 겨우 탈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에는 웬만하면 지하철을 타곤 했다.


그날도 지하철로 퇴근하려고 길을 나서는데

말수 없기로 소문난, 그런데 나랑 같은(!) 방향인

남자후배와 마주친 것이다.

그때의 난감함이라니...


무슨 말을 해도 단답형으로 받는 그 친구와 한 시간을 갈 생각을 하니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금요일 지옥 버스를 타기도 싫고.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금요일 저녁.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편하게 갈까,

마음이 불편해도 몸은 편하게 갈까.

양자택일을 해야 할 순간이었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넵, 넵, 넵...



마음에도 없는 말하느라 지치고 힘들었던 일주일.

금요일 저녁 퇴근길만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실없는 농담, 의미 없는 근황 토크...

그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지옥 버스를 택한 나.

몸과 마음 중 마음 쪽이 먼저 방전된 금요일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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