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의 헤드폰
평화로운 겉모습과는 달리 누구보다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헤드폰을 쓰면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이건 진짜 내 신분이 아니야.
나의 세계, 나의 진짜 미래는 따로 있어..."
아르바이트생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 까닭은,
대학 시절에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빙을 할 때면,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는 손님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고
도시락 포장을 할 때면, 마찬가지로 그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는 손님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다.
그래서 좀 우습지만,
쉬는 날에는 일부러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켜보기도 하고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어보기도 하였다.
그것이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그래도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는 날에는 생각했다.
이건 진짜 내 신분이 아니라고.
나의 진짜 신분은 대학생이고, 미래에는 원하는 일을 하며 멋있게 살 거라고.
대학생이 뭐 특별한 신분인 것도 아닌데 혼자 괜히.
사무실에 도착하면 늘 커다란 헤드폰부터 착용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보니
불현듯 그 시절이 떠올랐다.
저 헤드폰은 단순히 음악 듣기 위한 도구를 넘어
8시간 동안 자존감을 지키는 그만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었다.
정작 그는 그는 아무 생각 없었을 확률이 더 크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