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추억 #10

아직은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

by 셋째딸

아직은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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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데 돈 쓰는 건 안 아까운데,

가방이나 구두에 큰돈 들이는 건 아까운 나.

가죽 가방은 무겁고 구두는 발 아파서 싫다는 단순한 이유다.


천가방과 운동화 종류만 즐기다 보니

옷도 전부 티 쪼가리와 청바지뿐.

약속이 잡힌 날에는 어김없이 고민에 빠진다.

옷, 구두, 가방이 없다는 매번 똑같은 고민...



괜히 어설프게 차려입어서 '애쓴 티' 내기도 싫고...

그럴 땐 나만의 방법이 있다.

혼자 '캐주얼 컨셉'이라 자위하며

또다시 티 쪼가리와 청바지를 꺼내 입는 것이다. -_-;



문제는 잘 놀다가 화장실에 갔을 때 발생한다.

예쁜 애들과 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저런 모습이겠거니' 착각을 하나보다.

그러다 화장실 거울에서 진짜 나와 마주칠 때의 그 충격이란.

부스스한 머리에 후줄근한 옷차림, 다 지워진 화장까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여자가 거기 있다.



집에 돌아올 땐 다짐한다.

다음 월급날에는 반드시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가방과 구두를 사리라!

그리고 생각한다.


'아직은 회사를 그만둘 수 없겠구나.'




아직은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돈.

자아실현 같은 거창한 가치는 아니지만,

그게 뭐 어때서?



어린이날엔 조카에게 천 원이라도 더 비싼 선물 사줄 수 있고,

부모님 생신엔 용돈으로 만 원이라도 더 얹어드릴 수 있고,

나를 위해 조금 비싼 가방이나 구두를 살 수 있는 이유.

바로 내가 돈을 벌고 있기 때문.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 사표를 내고 원하는 일을 시작하거나

세계일주를 떠나는 것도 좋다.

용기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꾸역꾸역 하기 싫은 일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퇴근길에 붕어빵과 아이스크림을 사는 일도

세계일주만큼이나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함을

'돈 때문에 다닌다'는 이유로 폄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무 거창해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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