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추억 #2

어른이 되어서도 꿈이 자주 바뀔 줄은 몰랐다.

by 셋째딸


어릴 땐 내가 커서 꽤 잘 나가는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좀 오버해서 말하자면, 로마와 파리를 제 집 드나들듯이 오가는 그런 사람?


그러나 막상 취업준비생 처지가 되고 보니

꿈이고 나발이고 간에 그저 '내 자리' 하나 갖는 게 소원인 사람이 되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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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전 취업에 성공한 친구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내 자리~'란 제목의 사진을 보았을 땐 더욱 그랬다.

작은 화분과 액자, 전화기, 모니터까지...

내 것 아닌 그 모든 것이 어찌나 아늑하고 포근해 보이던지...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

회사생활 10년이 넘어가면서부터 '평일 대낮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지더라.

10년 넘게 한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마치 첨탑에라도 갇힌 공주마냥 볕 좋은 날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싶어 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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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는 길 아침마다 지나쳤던 '선유도 공원' 버스 정류장.

한강 다리 중간에 있는 정류장이다 보니 (한강에 빠져 죽을 작정이 아니라면)

다른 목적 없이 오직 선유도 공원에 볼 일 있는 사람들만 내리는 곳이었다.

당연히 출근길 아침에는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아주 가끔, 평일 아침에 이곳 '선유도 공원'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목격하곤 했다.

작은 가방을 메고 예쁜 모자도 쓰고...

평일 아침 댓바람부터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것이다.


넘나 호화로운 사치 생활이라도 목격한 것처럼,

나는 놀랐고, 또 부러웠다.

누구는 버스에 앉아 회사로 끌려가는 중인데,

저 사람은 무슨 복을 타고나서 평일 아침에 샤랄라 차림으로 공원 가는 사치를 누리나...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그게 사치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땐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더 큰 사치를 부리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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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배산임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뒤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집 안엔 난로도 두고 싶고, 앞마당에선 작은 텃밭을 가꾸고 싶다.

더운 날엔 바닷가에서 수영하며 노닥이고 싶고,

그날 잡은 싱싱한 생선을 싸게 샀다고 좋아하며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



어릴 땐 내가 소박한 시골 생활을 꿈꾸게 될 줄은, 그야말로 꿈에도 몰랐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꿈인지.


어른이 되면 내가 선택한 하나의 삶을 의심 없이 쭉 밀고 나갈 줄 알았다.

그래서 그 길에서 성공할 줄 알았다.

이렇게 부러운 대상이 수시로 바뀌며, 매번 다른 삶을 꿈꾸게 될 줄은 몰랐다.


바닷가에서 살면 어떨까나.

또 도시의 삶을 동경하게 될까나.

어쩔 수 없지...

그때 가선 이렇게 자위하면 되리라.

내 꿈은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삶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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