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추억 #4

식후 땡 커피가 유독 단 날이 있다.

by 셋째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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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멤버.

회사생활 스트레스를 좌우하는 은근 중요한 요소다.

사실 회사생활 낙이란 게 뭐가 있겠나.

밥 먹으면서 회사 욕하는 게 유일한 낙이라면 낙.


한데 그토록 소중한 시간을 불편하게 보낸 암흑기가 있었다.

점심 멤버들과 팀도 달라지고 직급도 달라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대화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아서 눈치껏 빠져줬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그러고보면 사무실도 초등학교 교실이랑 하등 다를 게 없다.

어른이나 애나 느끼는 건 다 비슷하다.



아무리 혼밥이 대세라지만,

회사 식당에서 먹는 혼밥과 백화점 식당가에서 먹는 혼밥은 차원이 다르다.

혼밥족들은 사람들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쿨하게 말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태도 아닐까?

직장 동료들이 우글대는 회사 식당에서

당당히 테이블 차지하고 앉아 혼밥 먹을 정도로,

나는 그 정도로 쿨한 사람은 아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혼자 점심을 먹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꼭 필요한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인간관계도 무척 단조로워졌다.


회사 다닐 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매일 여러 건의 미팅을 하면서 바쁘게 보냈다.

연말에는 다이어리가 스케줄로 빽빽했고 말이다.



그러나 그때가 지금보다 더 외로웠다.


지금 난 그때보다 훨씬 더 초라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내가 만족스럽다.







p.s. 허울뿐인 점심시간도 오래지 않아 마감되었고 결국 난 혼밥을 택했다.

그리고 더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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