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추억 #5

눈치 싸움에서 제대로 패배한 회식 날

by 셋째딸


눈치 싸움에서 제대로 패배한 회식 날.

-_-;;



본부 회식이 잡힌 날이면

사람들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평소에는 6시 땡치면 컴퓨터 끄던 사람들도

일이 좀 남았다며 느릿느릿...

이유는 뻔하다.

일찍 가봐야 좋을 것 없기 때문.

회식 장소로 일찍 출발하신 윗분들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되기 때문이다.


<미생>이나 뭐, 여러 직장 드라마를 보

회식 때마다 대표님 옆에 앉으려고 직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때마다 나는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야망이 없기는 했다.

승진이 좀 늦어지면 어떠랴.

오늘은 제발 구석에서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술 마시다가 조용히 사라지자,

본부 회식 때마다 늘 바라고 또 바랐다.

어르신 훈화 말씀 들으면서 각 잡고 앉아 술 마시기란

어른 공포증이 있던 내겐 야근보다 더 피곤한 일이었으니...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내가 팀장이 되고,

일종의 작은 윗사람 역할을 맡고 나니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

테이블 자리 배치 때문에 입구부터 술렁이는 분위기를 윗분들도 다 알고 계셨을 텐데...

망설이거나 빼는 일 없이 어르신 앞에 앉는 일은

아부가 아니라 그냥 예의의 문제였다.

어떤 사람의 앞자리를 일부러 피하지 않는,

단순한 예의의 문제.

그런 의미에서 난 참 예의 없는 인간이었다.


20대 시절의 나를 돌이켜보면,

꽤 싸가지 없는 여사원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내 발걸음은 대표님 앞자리보다는

그늘진 구석탱이로 향할 것 같다.

운 나쁘게 대표님 앞자리에 앉은 날엔

비싼 안주로 위안 삼겠지...

그래, 회니까, 고기니까 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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