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건 취약점이 있다는 것

완벽 대신 완전한 행복에 정성을 쏟기 시작할 나이

by 글쓰는 김민정

"When we were children, we used to think that when we grew up we would no longer be vulnerable. But to grow up is to accept vulnerability. To be alive is to be vulnerable."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완벽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는 건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건 곧 취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 매들렌 렝글 (Madeleine L'Engle)




“있잖아. 삶이란 게 결코 녹록지가 않더라.”


이러쿵저러쿵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친구가 말했다.

삶, 녹록. 어른들의 말로 가려 놓았던 낯선 단어들의 조합이 어느덧 우리의 마음에서 입으로 흐르고 있었다.


“응.”


짧은 대답, 그리고 침묵.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적으로 동감할 때, 맞장구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나는 바닥이 훤히 드러난 모카 프라푸치노를 빨대로 후루룩거리며 정적을 깨는 동시에 생각에 빠졌다. 이럴 때 소음은 꽤 안정감을 준다.


‘그래, 삶은 단 한 번도 만만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철없이 만만하게 봤을 뿐이고, 그건 교만이었다. 우린 지금 태어나 처음으로 삶 앞에 가장 겸손하다. 삶이 녹록지 않다는 말은 그래서 때려치우고 싶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싶으니 우리 위로 좀 나누자는 말이구나. 너도나도 부족하지만, 아니 부족하니까, 힘 보태서 잘 살아보자는.’


삶이 녹록지도 않지만 진짜 문제는 완벽하려고 했던 내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직원, 완벽한 동료, 완벽한 딸, 완벽한 언니, 완벽한 나여야 한다는 건 애초부터 삶의 저울을 0이 아닌 100으로 놓고 시작하는 셈이다.

삶이 녹록지 않다는 걸, 어른이 되어도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 나이가 됐다면 이제는 완벽 대신 완전한 행복에 정성을 쏟을 필요가 있다. 그게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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