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그냥 애부터 낳을까?”
친구가 말했다. 우리, 그러니까 결혼 안 한 세 여자는 결혼을 당장 하지 않을 이유에 대해 순조롭게 늘어놓다가 ‘출산’이라는 거룩한 대목에서 한참을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있었다. 셋 중 하나가 돌연 서른넷이면 노산이라던데,라고 말해버렸고 남은 둘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우리는 복닥복닥한 미래의 가정을 꿈꾸던 소녀 시절에 만났다.
소녀에서 여자가, 그리고 엄마가 되어야 하는 시간은 갑자기 온다. 예고 없는 인생이라지만 결혼도 하기 전에 시한부 출산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걸 알아차리는 순간은 당혹스럽다. 이게 여자 스물과 남자 스물은 나란히 대학에 입학해도 여자 서른과 남자 서른은 결코 나란할 수 없는 이유다. 아, 여자라서 불행하다!
그러니 답이 있을 리 만무한 노산 타령에 친구는 ‘그냥 애부터 낳자’고 파격 선언을 한 것이다. 친구의 폭탄 발언에 풋, 웃음이 터졌다. 아마도 인생은 그런 게 아닐까. 답 없는 문제에 일단 들이받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결판이 나는 것. 앞서 걱정해봐야 답 안 나오는 것.
애부터 낳자고 했던 친구의 좌우명은 언행일치인데, 이 발언만큼은 불일치를 실천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