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이고 싶지는 않은, 나대로가 좋아지는 나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지쳐 보였다. 대학 시절 남들 다 하는 취업은 않겠노라 남들 안 하는 꿈을 펼치리라 호기롭던 아이였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홀로 타국을 방랑할 만큼 당찬 아이였다. 그러나 내 머릿속 그녀다움은 서른의 그녀에게서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숨은 너 찾기 그건 곧 숨은 나 찾기.
그러므로 우리의 대화 장르는 수사물로 흘렀다. 인생 추리 수사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어느 단추를 잘못 꿰맨 거냐고! 푸념, 체념 그리고 푸념 또 체념… 급기야 사회 환경을 지적하기에 이르렀을 때 친구가 말했다.
요즘 애들은 빠지는 데가 없다?
얼굴 예쁘지, 몸 착하지, 머리 똑똑하지, 말 싹싹하지… 심지어 외국말도 잘해!
친구에게 발언권을 던져주고 나는 입안 가득 물고 있던 맥주를 꼴딱 넘기고 말했다.
맞아. 남자아이고 여자아이고 훈훈하지.
겨우 십 년 차이인데 강산이 뭐냐 인류가 변했다!
그러고도 꽤 오랜 시간 우리는 웃다 마시다 울다 마셨다. 맥주 마지막 잔이 거의 비었을 때 친구는 사뭇 단단하게 말했다.
빨리 태어나길 천만다행이야, 하나쯤 빠져도 인간적이잖아.
나는, 내가 지금, 우리가 지금, 서른인 게 차라리 행운인 것 같아!
글 쓰는 이 시간 친구의 페이스북. 회식 기념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군계일학만 시선이 가는 건 아닌 모양이다. 군학일계도 눈에 띈다. 유난히 인간적인 한 사람이! 이십 대 꽃다운 그들이 부럽지만 나이고 싶지는 않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기 시작한 그 나이, 서른의 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