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은, 후천성 의욕 결핍증
같이 사는 동갑내기 두 여자의 어느 주말 아침과 낮 사이,
“이만 일어날까?”
“……. 좀만 더 자자.”
이러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허물 벗는 애벌레 마냥 돌돌 만 이불에서 두 여자가 빠져나온 시간은 옆집 저녁 준비가 한창인 늦은 오후 아니 이른 저녁이었다. 벽을 타고 넘어오는 생선구이 냄새가 코를 간질이기에 곯은 배를 더는 참지 못하고 일어난 우리는 생선 대신 새우가 들어간 컵라면에 물을 붓고 익기를 기다렸다.
“난 자고 있을 때 제일 행복해.”
“나도, 나도.”
우리가 소위 건어물녀같은 부류는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번듯한 직업도 있고 무엇보다 내 눈에 콩깍지지만 남자친구가 있거나 있었으며 그러므로 연애 세포가 마를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자유시간이 허락되면 하염없이 늘어지는 날이 더해갔다. ‘나이 드나 봐’, ‘몸이 무거워’ 따위로 설명할 수 없는 나날들이 쌓여갔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무.것.도.하.기.싫.어.
피로가 아니었다, 무기력이었다.
나는 한때 지루하게 사는 것은 젊음에 대한 죄라고 믿고 살았다. 해도 안 해도 후회라면 하고 보자는 식의 삶을 원했다. 따라서 무기력은 내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밀어낼수록 다가오는 게 사랑만은 아니리라. 경계해왔던 그것과 나는 덜컥 조우했다.
후천성 의욕 결핍증.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개 30세 전후에 나타나는 무기력증으로 전염성이 있으나 자연 완치율 또한 매우 높은 일종의 성장통.
눈 부릅뜨고 맞서야 할 세상이 두려워 이불 속에 은신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서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