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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 Jan 24. 2018

조금씩 가볍게

가볍고 단촐하게

연초에 가볍고 단촐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물건이 많은 사람은 결코 아니고 쇼핑의 즐거움과 소유보다는 정리가 잘 되고 애착이 돈독하게 형성된 물건을 지니고 있음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따금은 물건들을 정리하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세칸짜리 옷장이 있는데, 이 옷장엔 사계절의 옷이 모두 들었고 그 마저도 가득 차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옷장 앞에 서면 해마다 손이 가는 옷은 정해져 있다. (사실 한 계절에 많아봤자 두어개 정도를 사는 편이라 옷 대부분이 대학시절부터 역사가 쌓인 것들이지만, 그 안에서도 해마다 단골 아이템은 꼭 정해진다.) 그러한 사실에 착안한다면 이토록 많은 물건을 지닐 이유가 전혀 없는데 왜 이토록 많아졌을까.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델 이소라씨가 언젠가 지닌 물건들이 딱 트렁크 하나로 압축 되서 언제든 들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물론 그런 소망을 지닌 사람 치고 그녀는 내 기준에서 차고 넘칠 만큼의 물건들을 지녔었지만, 그녀의 그 소망에 내가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미니멀리스트랍시고 흰색과 검은색만 있는 공간과 옷장을 꾸미겠다는 건 결코 아니고 딱 소유함이 즐거운 만큼만 지니는 것이 목적.

쓸데없이 모아둔 영수증들이며 여기저기서 스크랩한 의미 없는 종이들도 재활용으로 내보내고, 옷들은 봉사를 다니는 단체에 기증하면 될 것 같다. 옷은 한 번에 정리하자고 생각하면 좀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감정적으로도 힘겨워서 조금씩, 보일 때마다 따로 기증할 옷들을 모아둔 가방에 빼둔다. 며칠이 지나도 그 옷이 아쉽지 않다면 과감히 기증. 사용하지 않는 전자 제품들도 필요한 이에게 나누어주면 될 것 같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편은 아니어서 지니고 있던 몇 안되는 책도 알라딘의 중고서점과 회원에게 팔기 서비스를 이용해 조금씩 정리해나가고 있다. 화장대의 화장품도 줄여나가는 중. 얼굴에 바르는 제품도 간단하게 스킨, 에센스, 로션, 선크림으로 간소화시켰다. 이전 같으면 아이크림이다, 영양크림이다 발랐을테지만, 전문의의 말에 의하면 크게 소용이 없다고 들어서 한 결 화장품 다이어트에도 힘이 실렸다. (있는 제품까지는 모두 사용하고 더 이상 사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이 기분은 뭘까. 자꾸만 더 더 단순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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