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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Dec 04. 2016

타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
팬의 이름으로

팬질의 근본적인 궁금증에 대한 이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가장 빛났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사건과 순간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되어 떠올리기만 해도 북받쳐오는 감정을 만들어 내는 때가 분명히 있다. 아마 이러한 '빛나는 순간'은 사람들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타인의  가장 축복받는 순간을 그 사람만큼, 아니 어쩌면 당사자보다 더 기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마 타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그 기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은 '팬'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들 이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감히 자부해본다. 




 '팬', 그리고 팬들이 모여있는 '팬덤'이라는 집단은 정말로 신기하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행동한다. 그런데, 팬들은 다르다.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것이 없어도, 타인을 위해 시간과 체력, 돈을 투자한다. 나 역시 늘 '누군가의 팬'이었지만, 가끔은 나를 돌아보며 신기해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인데 어째서 그들을 위해 쓰는 시간과 돈, 노력은 아깝지 않은걸까, 하고 의문이 들기도 했다. 분리해서 생각해보면 내 삶과 그들의 삶은 연결고리가 없는데도, 그들이 성과를 이루어내면 있는 힘껏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그들이 힘든 상황에 놓여졌을 떈 마치 내가 큰 일을 겪은것처럼 힘들어지기도 하는 게 나조차도 신기해졌던 것이다. 


 그러다 어제 내가 '팬질'을 하고 있는 가수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다른 자리에서 함께 하면서 느꼈다. 그들의 삶을 매일 좇다보니 어느새 친한 친구의 생활 패턴을 훤히 꿰고 있는 것 마냥 샅샅이 알고 있어서(물론 착각일 수 있으나) 그들의 행동과 모든 것에 쉽게 공감을 하게 된 것이고, 그래서 내 일 마냥 생생하게 그 감정이 전해지는 거구나 하는 것을. 

 

 사실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어떤 공연장에 가서 무대를 볼 때도 처음 보는 사람의 공연이라면 그저 '잘하네' 한 마디로 끝나겠지만, 얼마나 고생을 해왔는지 아는 주위의 친한 친구의 공연이라면? 약 3분 가량의 몸짓에서도 그 사람의 노력과 땀이 자연스럽게 연상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있는 힘껏 박수를 칠 수 있는 것이다. 


 팬들에게는 그들의 동작 하나, 움직임 하나에도 그들이 완성될 무대를 위해서 흘렸을 땀방울과 노력이 전해져온다. 그들이 이뤄낸 성과를 보며 팬들이 함께 흘리는 눈물은 단순히 우는 사람을 보고 함께 운다는 것과 다른 조금 더 다른 깊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 겪었을 수많은 순간을 기억하고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눈물이기 때문이다. 




 조직적으로 그들을 위해 움직이는 '팬덤'에 능동적으로 속해 있지는 않으나 늘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기를 좋아하며, 그들의 무대를 즐기고, 그들과 일상을 공유하기를 원하는 팬의 입장에서, 참 가슴 먹먹한 순간도 많았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많았다. 팬들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나 좋자고 하는 팬질에 왜 상처를 받아야 하나.' 라는 그 말이 정말 내 마음을 모두 대변하는 말 처럼 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팬이라는 존재는 무엇이길래, 아니 애초에 어떤 감정이길래, 무슨 심리이길래! 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많아서 그런 답답함을 풀어보려고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 취미를 물었을 때 '덕질'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만큼 경력은 오래 되었는데 그 행위에 대해서 내가 능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산출물이 없는 것도 아쉬웠고.

 그래서 그냥 내가 늘 숨쉬듯이 하는 그 '팬질'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 생각날 때마다 풀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또 그런 생각이 든다. 타인의 빛나는 순간에 정말 1%의 거짓 없이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팬이라는 존재야말로 정말로 순수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내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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