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해본 적도 없고, 누군가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 것'은 사실 기부나 남들을 위한 봉사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꾸준히 한 잡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누군가를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도움을 건네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바로 <빅이슈>라는 잡지를 통해서.
<빅이슈>는 주거취약계층(홈리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창간된 대중문화잡지로 영국에서 홈리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홈리스들에게만 잡지 판매권을 부여하고, 잡지 가격인 5000원의 50%를 판매원의 수익으로 돌아가도록 하여, 판매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마 사람이 많은 지하철 출구 앞에서 빨간 조끼를 입은 분을 한 번 쯤은 본 적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처음 빅이슈의 존재를 안 것은 잡지를 들고 바깥에서 판매를 하고 계신 빅이슈 판매원 분을 통해서였다. 워낙 잡지와 같은 간행물을 좋아하는지라 잡지를 들고 있는 손에 눈이 갈 수 밖에 없었고, 처음에는 왜 굳이 잡지를 판매원이 '직접' 판매하고 있는지 몰라 유심히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이동식 잡지 가판대에서 간략한 설명과도 같은 것을 보고 처음 잡지를 구매했다.
자활을 돕기 위한 잡지라해서 내용이 일반 잡지와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다. 격주로 발행되는 잡지의 첫 부분에는 빅이슈 판매원 분들의 이야기와 사진이 담겨있고, 그 이후로는 일반 잡지들처럼 기고된 글이나, 요즘 유행하는 것들, 트렌드나 책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엄청난 퀄리티의 글이 있다거나 엄청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이 잡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여러 잡지를 가리지 않고 봐왔지만 눈에 띄게 어마어마한 퀄리티의 잡지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좋게 말하자면 비슷한 가격대의 잡지들은 다 그 나름대로의 괜찮은 잡지들이란 뜻이다. 그런데 <빅이슈>는 꽤 괜찮은 퀄리티에, 내가 쓴 돈이 좋은 일에도 쓰인다고 하니, 안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는게 꼭 어마어마한 정의감에 불타서 매주 봉사 활동을 하는게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되려 자신에게 부담감으로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그냥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을 하거나 아주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조금 더 나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이런 좋은 게 있는데 왜 안해요! 와 같은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아직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것도 있어요~ 하고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실제로 지인들과 잠시 만나다가 헤어질 때 빅이슈 판매원분을 발견해서 잡지를 샀더니, 그게 뭐야? 하고 물어오던 지인이 있었는데, 빅이슈의 취지에 대해서 알려주자 이런게 있었냐며 자신도 사야겠다고 하던 일도 있었다.
도움이라 보지 않아도 좋고, 그저 자신을 위해 가끔 읽을 거리가 없을 때 사는 것 쯤으로 생각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꾸준히 빅이슈를 구매하는 중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얼마전에 산 빅이슈를 이불 속에서 넘기다가 컴퓨터를 켜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
조금 다른 말이지만, 약 한 달 전쯤 브런치에 썼던 글이 있었다.
'일상의 무너짐은 천천히 다가온다.' 라는 글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내가 브런치에 써내려 간 글들은 간간히 십 자리의 조회수를 웃도는 정도였는데, 이게 이상하게 조회수가 높아지고 라이킷되는 수가 높아져서 계속해서 추이를 살펴봤었더랬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 메인 화면과 브런치의 메인 페이지에 떡하니 올라가 있어서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캡쳐를 했다.
저런걸 촌스럽게 캡쳐까지 하다니....라고 누군가는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의 마음은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자유롭게 써내려가면서 '글을 쓰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는 거였다. 그런데 이렇게 메인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고, 공감해주고, 그러한 반응을 이렇게 생생히 느끼며 '글쓰는 즐거움'을 온 몸으로 맛보았기에 이걸 기록해둬야겠다 싶었다. (아직도 왜 페이스북에서 공유가 1,200건 가량....되었는지는 사실 확인하지 못했다. 어딘가에 소개가 되었다거나? 이겠거니 하고 있는데 모르겠다...)
어쨌든 늘 혼자 쓰고 다듬고 읽으며 즐거워하는 소위 말하는 자급자족의 생활을 해오다가 독자의 반응으로 볼 수 있는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더욱 공감할 수 있고 즐거운 글들을 많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말하면서, 근 한 달 여만에 글을 쓴 건 생업이 너무 바빴다고 해두자.
어쨌든 저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는 게 나로써는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한 사소하고 작은 일상들을 포기해왔다는 반증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 역시도 아직까지 완벽하게 나를 위한 삶과 삶을 위한 삶을 분리하진 못했지만, 그러기 위해 나름대로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느끼려는 노력을 하고, 생활 습관을 다듬는 일을 해가고 있다. 2017년에는 많은 이들이 조금 더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에 관대해졌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