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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Dec 18. 2016

인스턴트 대화의 종말을 위해

진심을 내보이는게 제일 어려운 때가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의 기분과 상태에, 나는 늘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할 지 몰라 망설였던 것 같다. 아마도 그 때의 나는 그들이 가장 좋아할 말이나 적당한 말들을 해서 그 순간을 넘겨버려야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시간이 흘러간다고 믿었다. 


사람과의 관계란 한 번의 대화, 하나의 눈짓, 하나의 행동들이 모여 형태 이뤄가는 것이란 걸 모르고, 그저 대충 시시껄렁한 농담과 우스갯소리를 뱉고 그렇게 웃어넘기면 끝. 자 다음 시작.

그렇게 일회성 대화만 나누었다.

인스턴트같이 영양가 없는 대화로 그저 그 순간의 침묵을 이겨내면 그걸로 끝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어떻게 해서든 내 진심을 전하고 싶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누군가에게 꺼내보이고, 현재의 기분과 감정을 드러내는 게 제일 무서웠던 나는 어느새 누군가에게 진심을 내보이고 싶어 아둥바둥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인스턴트 대화로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과 그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상대에게 진심을 내보이지 않고,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데 그 누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이런 사실을 이제야 깨달아서, 그래서 여전히 어렵지만 나의 모습을 조금씩 내보이려고 한다.


사실은 여전히 두렵다. 몇 년간 서로를 알아가며, 그렇게 신뢰를 쌓아온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의 본 모습을 내보이는 것과 감정을 오롯이 전하는 것은 여전히 무섭다. 그 모습들이 이러쿵 저러쿵 뒷 이야기를 불러오는 것이 겁나고, 쓸데없는 오해를 살까봐 걱정이 되고, 누군가에게 나를 '판단당하는 것'이 싫다. 그렇지만, 이 역시 나의 섣부른 걱정일 것이고, 낯선 이에 대한 나의 '편견 섞인 판단'이 아닐까 싶다. 


인스턴트 대화의 종말을 위해, 오늘도 나는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한다. 그런 모습을 어색해 하지 않으려고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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