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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Sep 19. 2021

불안을 다스리고 현실에 발 붙이기


요즘 붕 떠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비우려고 넷플릭스를 틀었다가 지금 이런 걸 하고 있는 게 맞나 싶어 새로운 시놉시스를 위해 작업 중인 파일을 열었다가 뭔가 이럴 기분이 아니라며 유튜브를 틀어 음악을 듣다가 그러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커피를 내려서 마시다가.


참 이상하게 그렇게 급할 것도, 마감 기한이 나를 쫓아오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 혼자 어딘가 마음이 붕 떠 있고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마음 한 구석이 불안했다.


이미 여러 번 겪어왔던 일이라 이제는 안다.

내가 무언가를 욕심내고 그것을 얻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순간마다 찾아오는 만성적인 불안이라는 사실을.


삼십 대가 되고부터 주변에서는 내 집을 마련했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평생을 내 집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내게 이러한 이야기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일 없이 치솟는 부동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어딘가 조급 해지는 마음이 들었고, 평생을 월세를 내느니 평생 대출 이자를 갚는 게 낫다는 말을 들으며 어떻게든 부동산을 마련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급한 마음과 달리 대출 가능한 금액은 터무니없이 적고, 반비례하게 이미 치솟은 부동산 가격은 내가 얼마나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저 허황된 꿈으로 여기고 내려놓으면 될 일인데 어떻게든 가계를 바짝 조여서 내 집 마련 플랜을 세우려고 아둥바둥을 하다 보니, 하루하루의 삶에서 얻었던 소소한 행복들을 잊은 채 그저 통장 잔고에만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또 그렇게 나는 인생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무기력에 빠졌고. 


나를 옥죄어 오는 무기력과 불안을 털어내고, 욕심과 조급함이 내 행복을 갉아먹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오늘은 집에 쌓아두고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옷장의 옷들을 잔뜩 꺼냈다. 사놓고 몇 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입은 적 없으면서 정작 버리지 못해 한편을 가득 채워뒀던 옷들을 비워내고, 욕심을 비우면서 내 마음 비우기를 실천하려 한다. 


마구잡이로 벌렸던 일도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했고 그동안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커리어와 직장에 대한 문제도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정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에 눈길을 두고 붕 떠있지 않고, 현실에 제대로 발을 붙여야 한다.
이제 한 방향으로 꼿꼿이 발을 붙인 채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은 정해져 있다.


첫 번째.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한 금액이 나올 때까지 2년이고 3년이고, 그 이상이 될 지라도 자본금을 모을 것.

두 번째. 공모전에 번번이 떨어지더라도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히 쌓아둘 것. 

세 번째. 그동안 방치하고 경시했던 내 삶의 작은 순간순간을 다시금 기록하고 잘 채워갈 것.

네 번째. 내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것. 내 마음이 향하는 바를 잘 들어줄 것.

다섯 번째. 겪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을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지 말 것. 

여섯 번째. 나 자신에게 관대해질 것. 행복도 마음도 시간도 늘 유한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내가 우선이 되는 선택을 하고 남을 위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그간 숙제처럼 여겨왔던, 나를 조급하게 했던 것들은 

사실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었으며 내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소중한 나의 취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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