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오랜만에 브런치를 찾았다. 장장 5개월 만.
이제는 오랜만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민망할 수준의 빈도지만,
그럼에도 해마다 몇 번은 브런치를 찾게 되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곰곰이 되짚어보면, 늘 그런 때였다.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허할 때,
마음에 쌓인 말들은 한 가득인데 정작 풀어낼 단어를 찾지 못했을 때,
혹은 꽤 지쳤을 때.
또 혹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
그래서인지 문득 생각이 나길래, 노트북을 들고 집을 나섰다.(무거운 기타까지 들고 나온 건 덤)
최근 쌀쌀했던 여러 날과는 달리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는데, 이상하게 생각이 더 많아졌다.
버스 안에서 간만의 좋은 날씨에 신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왜인지
"완벽한 관계는 없다지만, 그런 관계를 갖고 싶다."
그런 생각을 떠올린 건 어쩌면 온전히 내 마음의 소리였던 것도 같다.
삶을 살아오며 헤온 경험들을 토대로 나에게 생긴 여러 신념들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구체적인 어떤 단어로 강하게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대다수의 경우는 그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자면 "완벽주의자" 같은 단어가 그렇겠다.
아무튼 나는 스스로를 꽤나 관계 맺기에 수동적이고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남들에게 강하게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 자신을 그런 사람이라 굳게 믿어왔다.
그런데 내 신념을 떠올려보며 나를 되돌아보니,
어쩌면 난 관계에 목매고, 몰두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 것.
늘 사람과의 관계란 가변적이며, 일시적인, 것이리라 믿었는데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믿고 싶은 마음, 완벽한 관계라는 것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완벽한 관계란 가능하지 않다고 믿는다.
아무리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라도, 모든 걸 나누는 사이라 하더라도 각 개인으로 존재하는 이상 (혹은 뇌와 사고 체계를 공유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완벽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믿고 있는
철없는 마음이 저 마음속 한 구석에 숨어 있는 건인지.
내가 A를 얘기하면 B를 이야기해서 Z까지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더라도 간혹 지칠 때면 그 마음을 알아주고,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정도는 알아줄 수 있는 그런 관계.
어쩌면 나 좋을 대로의 완벽한 관계를 꿈꾸는, 여전히 너무 어린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문득 깨달은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