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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Mar 06. 2020

소속 없는 이의 독립 준비기


자유롭게 시간을 운용할 수 있을 때의 문제는
넘쳐나는 시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휘청인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학생 시절, 방학 때만 떠올려봐도 그랬다. 자격증이나 어학 성적 하나만을 파고든다는 명목 하에 하루에 2,3시간 공부하곤 오늘 하루 열심히 했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나머지 시간엔 온갖 잡다한 것들을 하며 헛되이 흘려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방학이 아니다. 헛되이 쓰려고 마음먹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흘려보낼 수도 있을 시간이라 퇴사 전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싶었다. 최소한 평일, 주말의 구분 없이 적어도 5시간 이상은 생산적으로 움직여야 지금의 선택이 의미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래서 나름대로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프리랜서의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습관 만들기'와 '목표 구체화'를 위해 이것저것 해왔다. 오늘은 그간 했던 것과 앞으로의 장기적인 계획들을 크게 세 가지로 이미 한 일, 진행 중인 일, 그리고 앞으로 할 것으로 나누어서 써보려 한다.




Done

개인 Work Flow Sheet 만들기

처음 계획을 짜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만든 게 바로 개인 워크 플로우 시트였다. 회사에서 프로젝트 진행 시에 다양한 팀과 협업이 필요하면, 데드라인 설정과 업무 분장, 투두 리스트 관리를 위해 워크 플로우 시트를 만들곤 했는데, 이걸 개인적으로도 적용해 본 것이다.

아무래도 데드라인이 없는 일들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진행하려던 것들을 분류하고, 단발성 계획을 비롯해 모든 계획들을 담은 워크 플로우 시트를 만들어 업데이트해가며 일을 진행했다. 사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라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것들을 잊고 나중에서야 아, 그것도 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어왔기 때문에, 워크플로우 시트는 그런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유용했다. 한 번 만들어 두니 매일 보고 체크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정한 큰 방향성을 잊지 않을 수 있고.



드라마 공모전 응모(SBS, JTBC, 오펜)  

이번 해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했던 드라마 공모전 응모를 끝냈다. 2년 전에 갈겨쓴 초고를 완전히 다듬은 '오피스 로맨스' 장르의 단막극 한 편과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단막극 한 편, 그리고 '청춘물' 미니시리즈 대본 2편까지. 전체 작성한 분량만 따지면 A4로 약 160페이지가량을 두 달에 걸쳐 썼다. 사실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많은 분량이 아닐 수 있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뚝딱뚝딱 글을 써 내려가는 게 쉽지 않았다. 머리보다는 몸이 고생이었다. 환경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과 팔, 다리가 모두 뻐근하고 아파져서 오래 앉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도 꽤 시간을 투자했다. 아무튼 그렇게 두 달간 4편의 대본을 썼고, 목표하던 공모전에 응모를 마쳤다. 사실 내가 계획을 하면서도 어쩌면 못 할 수도 있겠다... 고 생각했기 때문에 뿌듯하다. 결과까지 좋으면 더 좋겠지만!



Notion 정리


항상 여러 방면에서 좋은 글이나 소재를 보면 한 군데 모아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발견한 유용한 Notion.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디에디트에서 우연히 글을 읽고 신세계를 발견했다.

인터페이스는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 낯선 세계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각종 블로그의 노션 활용 사례들과 탬플릿들을 배치한 끝에 나만의 워킹 플레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덕에 몇 년 동안 아이폰 메모장에서 묵어가던 글들도, 스크랩만 해두고 보지 않았던 글들도 한 군데에서 쓱쓱 볼 수 있게 되었다.


* 참고 링크 :

http://the-edit.co.kr/24336


인스타그램 개설  (@this_summe_r)  

뜬금없지만 인스타그램도 개설했다. 내 마음에 와 닿았던 글귀들을 조금씩 정리해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문장들도 함께 모아 두고 싶고 그래서. 또 다른 다이어리를 만든 느낌이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In Progress


영어 회화 공부

프렌즈로 영어회화 공부하기를 드디어 시작했다. 무려 4년 만에 실천하는 셈이다. 옛날부터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을 동경해왔지만 취업에 밀려, 토익에 밀려, 영어 회화는 늘 뒷전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느낀 건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고 해야 할까. 어쭙잖은 비유 같지만 어떤 나라가 신흥 강자로 몸집을 부풀려도, 내가 존재하는 동안은 영어를 잘해서 손해 볼 일은 절대 없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점수를 만들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정말로 회화를 위한 영어 공부를,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그랬다. 프렌즈 전 시즌 30번 넘게 봤더니 영어가 되더라고. 비록 한 편 공부하고 넘어가려면 몇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한 번 해보려고 한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재밌다. (물론 난 30번 돌려볼 끈기는 없을 것 같다. 존경스럽다.)  


브런치 콘텐츠 기획

브런치를 조금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콘텐츠를 올려야 할까 고민한 끝에 매거진을 세 가지로 분류해 채워가기로 했다.


* 계절성 우울의 시간 : 브런치 초기 단계부터 써왔던 일상적인 에세이 같은 글들. 사람들이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을 쓸 예정이다. 그리고 아직 계획 단계이긴 하지만 단편 소설을 쓰고 이 카테고리에 올려볼까 한다. 사실 쓰고 싶은 것들은 다 여기에 쓴다..라고 보는 게 정확하겠지.


* 반쪽짜리 프리랜서의 삶: 역시 에세이. 프리랜서(라 쓰고 백수라 읽는)의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기간 동안을 충실히 보내고 싶어 만든 매거진이다. 어느 정도의 정보성 콘텐츠와 소속 없는 이의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글들이 주가 되지 않을까.


* 여름 책방: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평 혹은 좋아하는 구절들, 나의 취향과 여러 가지 트렌드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들을 올릴 매거진이다. 어릴 때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책을 좋아했는데, 활자들을 낱낱이 읽어 내려가는 것도 좋지만 책들이 가득 쌓인 책방이 주는 분위기가 있다. 아마 그 모든 것들은 주인의 취향과 다양한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것이겠지, 해서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내 취향의 탐구, 고찰 그런 것들을 해볼까 한다. 조금 더 가볍게.




To Do


드라마 공모 준비

방송사나 주최별로 공모 시기가 다르고 공모 요건이 상이해 추후의 공모전을 위해 지금 써놓은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들을 수정하고 개발해야 한다. 줄거리도 새롭게 짜고, 세세한 에피소드들을 엮는 작업과 캐릭터를 살릴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아마 올해 장기적으로 계속해야 할 일이 되지 않을까. 긴 호흡의 드라마를 쓴다는 게 상상 이상으로 더 신경 쓸 부분이 많아 초등학교 이후로 볼 일 없던 스케치북까지 동원해서 구성을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 탓에, 온갖 노트를 뒤져가며 정리 중이다. 뇌 건강에 좋은 영양제 찾아봐야지.


추가 시놉시스 개발 

드라마일지 장르 소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재를 하나 더 개발시킬까 생각 중이다. 이미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 와중에 새 걸 또 쓰는 게 맞나 싶긴 한데, 하나의 소재로 계속할 수는 없으니 디테일을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시놉시스는 하나 더 써놓아야 하나 싶다. 소재는 있지만 방향성이 고민이다.   


헬스장 다니기

직장 생활을 하며 얻은 큰 교훈 중 하나다. 뭘 하려고 할 때 선행되는 것은 체력이라는 것을.

평소 자세도 좋지 않은 데다가 한 가지 일에 열중하면 몇 시간을 꼼짝 않고 일을 하는 탓에 목 디스크로 한의원이며 정형외과며 가리지 않고 자주 다녔다. 자세 교정을 위해서는 필라테스가 좋다고는 하던데 일단은 백수인 상태이므로 기초 체력을 쌓자! 하고 헬스장 3개월 등록했다. 그러고 며칠 갔나 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아무래도 이 상황에서는 헬스장도 위험할 것 같아 잠시 중단해놓은 상태다. 조금만 잠잠해지면 다시 다녀야지.


이력서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여기에 맞나 싶지만 매력적인 이력서를 쓰기 위해 많은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 이제 어느 정도의 경력도 있고,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로 괜찮지 않을까? 하고 이력서를 다소 안일하게 써놨었다. 인정한다. 그런데 제출하는 입장에서도 어딘가 거슬리는 이력서였다. 뭔가가 빠진 기분. 아무래도 다시 써봐야겠다, 싶어서 투두리스트에 넣었다.

   



소속 없는 삶을 산 지 이제 곧 3개월에 접어든다.

이렇게 나열해두고 보니 그래도 마냥 흘려보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중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라 얼마나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하느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해야 할 것의 방향성이 보이고, 필요한 것들이 구체화되어 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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