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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Mar 02. 2020

반쪽짜리 프리랜서의
요즘이 과연 궁금할까?



신나게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어 확고한 자신감이 생겼기에 괜찮은 삶을 던지고 무작정 퇴사했다고 첫 글을 발행한 게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는데, 그 뒤를 잇는 글의 제목이 참 묘하다.


"반쪽짜리 프리랜서의 요즘이 과연 궁금할까?" 


나에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도 묻고 싶은 말이다. 

혹시 스스로를 반쪽짜리 프리랜서라 명명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지내는 사람의 삶의 기록, 

관심 있으신가요? 하고.




발단은 퇴사를 한 달 앞둔 동생과의 대화였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동생도 일 년 남짓 다니던 직장을 3월까지만 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이로써 내가 3월부터 일을 시작하지 않는 이상은 둘 다 미래가 막막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뭐 하지?로 시작하고 종래에는 "이번 주 로또 당첨 제발!!!!"로 끝난다. 한 술 더 떠 둘 다 걱정이 많은 탓에 벌써부터 서로가 미래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크하기 시작했다. 나는 동생이 일을 끝내고 올 시간이 되면 어쩐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책상 앞에서 못 끝낸 일들을 하고, 동생은 의심의 눈초리로 집 안으로 들어서며 "오늘은 뭐 했니~? 글은 썼니~?" 하고 장난스레 묻는다. 그 덕에 동생이 출근한 시간에도 생산적인 일을 하려 이것저것 하게 된다. 주말이 되면 상황은 역전된다. 하루 종일 TV와 핸드폰을 끼고 사는 동생에게 슬그머니 "주말인데 계속 그렇게 티브이만 보니~? 자격증 공부는 언제 하니~?" 하면, 동생은 이내 말이 사라지고 눈치를 본다. 서로의 상황을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아주 아주 아주 소소한 압박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각설하고 오랜만에 동생과 외출을 강행했다. 공모전 준비로 오랜 시간을 집에서 보내다 오래간만에 집을 나섰는데 미세먼지는 기승을 부렸고 꽤 마음에 드는 포지션에 지원했던 게 잘 되지 않았다고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바깥도, 마음도 뒤숭숭한 채 서점으로 향했다. 


많은 Z세대들의 퇴사 고민만큼이나 많은 퇴사 관련 책들이 눈에 띄었다. 아예 한 켠에는 '퇴준생' 코너가 따로 마련돼있었다. 


책 제목들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다. 예를 들면 폭언 일기 라던가,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라던가.


이미 퇴사를 했거나, 혹은 여전히 퇴사의 기로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책장 가득히 적혀있었다. 퇴사를 한 달 앞둔 동생은 공감 가는 대목을 한 구절 한 구절 짚으며 어쩐지 들뜬 얼굴을 보였다. 딱 두 달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에 웃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뒤숭숭했다. 평소 서점 안에 앉아있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었는데, 어쩐지 지금 내가 한가하게 책을 읽을 때가 맞나? 하는 묘한 불안감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서점 안에 가지런하게 진열되어있는 책들을 하나씩 들춰보면서 정말 내가 언젠간 책을 쓸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문득 들고. 지금은 '드라마' 그리고 '(언젠가의) 책 출간'을 위해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참신한 콘텐츠들을 다양하게 엮은 책들을 보니 자신감이 훅훅 깎여나가는 것이다. 여전히 뭘 써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책 한 권 한 권은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다. 그리고 의심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브런치에 프리랜서 지망생의 삶을 연재하려 했는데, 과연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생에게 대놓고 물었다. 앞으로 프리랜서 지망생으로 여러 가지 것들을 하면서 브런치에 글들을 연재해 볼까 하는데 어떨 것 같아? 하고. 돌아온 동생의 대답은 생각보다도 단호했다. 만약 작가나 프리랜서로 성공을 하게 된다면 그 과정의 기록들은 당연히 의미가 있고 재미있겠지만, 그냥 기록이라면 사람들이 볼까? 하고. 그 말에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의욕만 앞서 콘텐츠를 제대로 기획하는 과정을 내가 빼먹었구나 깨달으며.


차별화된 나의 글을 쓰기 위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데 몇 날 며칠을 고민해봐도 이 부분은 쉽지 않다. 마케팅 일을 하며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차라리 제품이나 회사를 브랜딩 하는 건 어느 정도 객관적인 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포인트가 잘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건 언제가 되었든 어렵다. 꾸준히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그들의 반응을 살펴 내 생각과 일치하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계속 고민 중이다. 어떻게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갈지. 앞으로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써야할지, 나에게도,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 


...그리고 묻고 싶다. 혹시 반쪽짜리 프리랜서의 삶이 궁금하신가요? 하고. 




※ 이여름의 인스타그램 (@this_summe_r)  

짤막한 글과 문장을 소개하고 다양한 취향을 향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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