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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Mar 08. 2022

프리랜서와 계약직은 다릅니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사실에 관하여


프리랜서와 계약직은 다릅니다
왜냐고요? 명칭부터 다르니까요.

장난스럽게 글을 시작했지만,
이 당연한 사실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프리랜서가 되고서야 알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뜬금없이 노션 포트폴리오에 꽂혀 한동안을 노션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는 이야기를 쓸 참이었지만,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입이...아니 손이 근질근질했다. 


경험상 쓰고 싶어졌을 때 쓰는 게 빨리 써졌고 그게 좋았지! 라며  합리화를 하고, 
프리랜서와 계약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시절, 프리랜서 개발자들과 몇 번 협업 작업을 했었는데, 그때도 잘은 몰랐지만, 조직에서 원하는 것이 명확한데 그것을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프리랜서인 분을 찾았다. 그리고 미팅을 통해 세부적인 디테일을 논의하고, 단기간 동안 함께 일을 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이때의 디테일이라 함은 원하는 기간 안에 진행이 가능한지, 어떤 협업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중간에 확인할 부분과 최종 산출물/납품의 형태 정도가 되겠다.


대개의 경우 프리랜서를 구인하는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내용을 올려두면, 내용을 보고 가능하다고 판단한 프리랜서분들이 지원을 하고, 포트폴리오나 이력을 확인한 후에 미팅을 잡아서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그렇기에 미팅을 하게 되면 거두절미하고 프로젝트 내용의 상세 부분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또는 요구 조건을 얼마나 서로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면 되는 일이라 대개의 미팅이 빠르게 끝났다.


그런데, 막상 내가 프리랜서가 되자... 상황이 꽤 달랐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된 5개월 동안 몇 번 미팅을 하며 허탕을 쳤는데 그런 경우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계약직과 프리랜서를 구분하지 않은 채 (혹은 못한 채) 미팅을 잡은 경우였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계약직과 프리랜서는 특수 직군에서 지칭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사전에 알려둔다.)


일단은 인터넷에 계약직과 프리랜서를 어떻게 나누는지 찾아봤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프리랜서란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그때그때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자유계약 기자나 배우, 그리고 무소속의 정치가 등 집단이나 조직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계약직은 "일하는 기간과 업무 범위가 계약으로 정해져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정의하고 있다. 프로젝트 중요도나 마감기간의 시급도에 따라 급여의 1.5~2,3배가 넘는 수준으로 받는 경우가 있고,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야근을 포함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조직 소속 여부"와 "독자적으로 판단에 따라 일하는"인 것 같다.

프리랜서는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특정한 사항에 대해 독자적으로 일을 하고, 계약직은 일하는 업무 범위와 기간 동안 조직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조직의 소속 여부는 "상근 프리랜서" 등의 단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이들 행해지는 행태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미팅을 하며, 의아했던 것은 두 번째 "독자적으로 판단에 따라 일을 하는"의 부분을 대부분 스킵한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최근 몇 개의 미팅에서 프리랜서와 계약직을 혼동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2가지 케이스가 가장 많았다.


첫 번째는 "미팅"이 아니라 "면접"을 보는 경우

두 번째는 계약을 "산출물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하려는 경우


얼마 전 플랫폼을 통해 의뢰가 들어왔고 매칭 요청을 수락해서 회의를 하러 갔는데, 도착했더니 한 직원분이 "면접 보러 오셨어요?"라고 하시길래 "아, 면접이 아니라 미팅하러 왔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여기서부터 조금 느낌이 으음...이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당연하게 프로젝트와 관련된 업무 세부 범위나 일자 등을 이야기해보고 견적을 낸 후 오케이를 하면 프로젝트 시작인 것으로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잠시 후 대표가 오더니

대뜸 자기소개와 함께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말해보라는 것이다.


어느 이직 면접에서도 이렇게 대뜸 할 수 있는 걸 말해보라....라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미팅을 위해 조사한 것들과 질문 리스트를 노트북에 띄워놨던 나는 당황해서 노트북을 닫고, 간단한 경력 소개와 더불어 이러한 마케팅 분야에 자신이 있고, 이러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라고 소개를 마쳤다.

그랬더니, 이건 할 수 있냐, 저건 할 수 있냐 등등을 묻더니 자기네들의 프로젝트가 굉장히 어렵고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말을 해보라고 했다.


나는 미팅을 하러  것이지, 면접을 보러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업무 진행을 하게 되면 조사를 하고 콘텐츠 기획 등을 진행할 것인데 다짜고짜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설명해보세요, 라는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이는 다른 미팅에서도 비슷했다. 어떤 TF 조직의 마케팅 의뢰였는데 TF 조직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본인 소개부터 먼저 해달라고 해서 포트폴리오를 띄워놓고 진행해봤던 업무들을 일단은 소개했다. (프로젝트를 한다면 어떤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지 알려드려야 했으니.)


하지만  군데 모두 동일하게  미팅을 "계약직 면접"리로 착각한 듯했다.

그리고 놀라웠던 건, 두 회사 모두 프리랜서에게 의뢰할 산출물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였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게 돼서 마케팅이 필요한데 전략 기획부터 채널 운영, 콘텐츠 제작 모든 것을 맡기고 싶다. "외에는 정해진 세부 업무 범위나 목표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적어도 마케팅 업무에서 아주  떨어지게는 아니더라도 산출물이나 최종 납품의 형태는 정하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예를 들면 어떤 목표로 채널기획하는지 /    을 필요로 하는지 / 어떤 목표를 설정하셨는지 생각해보신 것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군데 모두  프로젝트가 굉장히 초기 단계이고, 특수한 상황이라 정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첫 번째 회사의 대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6개월 동안 ㅇㅇㅇ씨의 6개월을 저희가 돈을 지급하고 사는 것이라고 보면 되고, 제가 오더를 하는 사항들이 생기면 그것에 대해서 작업들을 해주시면 된다."라고 했다.


이건 아무리 들어도 계약직의 형태인데 라는 마음에 미팅을 대강 마무리하고 플랫폼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다.

이런 경우가 흔한 것이냐고 묻자, 매니저 역시 굉장히 당황하면서 사실 이런 것은 계약직 형태에 가까운데 그쪽에서 잘 몰라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고 하며, 그 프로젝트를 플랫폼에서 내리겠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첫 번째 회사에서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지만,

정규직일 때의 월급보다도 적은 돈으로 굳이 할 이유가 없어 거절했다.

그리고 두 번째 회사의 경우, 첫 미팅의 경험을 되살려 확실하게 산출물 단위로 진행이 어렵다면 프로젝트 진행이 어렵다는 것을 밝혔다.


소속이 없다 보니, 이러한 경우는 왕왕 생겨나는 것 같다.

실제로 이 두 사례 외에도 생각지도 못할 사례도 많다.

연락이 되자마자 지금 자기가 어디로 가야 하는데,
근처이니 잠깐만 이야기를 하고 가면 안되냐며 부르는 행위라던가..

.

그런 것들을 겪으며 소속 없는 프리랜서의 삶은 녹록지 않음을 실감했다.

직장인도, 프리랜서도 저마다의 고충이 따른다는 것도.


프리랜서의 Free는 정말로 일하는 공간과 시간에 자유로운 반면,  영업과 계약 그 모든 일체의 것들을 혼자 자유롭게 해결하고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가 몰랐던 세상과 마주하는 것 역시 경험이니까?


.. 라지만 그래도 적어도 프리랜서와 일을 하려던 분들이 계약직과 프리랜서의 차이 정도는 알고 일을 진행한다면, 피차간의 시간 낭비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물론 내가 겪은 것들과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기에

"원래 그래."라거나 "따지는 게 많네."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머쓱)


뭐, 그래서 이렇게 한탄같은 글을 썼지만

마무리를 하자면 모든 프리랜서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단지 그뿐이다.


방구석 마케터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지난 글 보기>


[ 1편. 우연하게,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

[ 2편. 이직을 결심한 마케터, 포트폴리오의 늪에 빠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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