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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LEE Mar 16. 2022

나는 요즘 울고 싶은 기분을 느낀다

이유 모를 우울함의 기록

요 며칠 계속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어제는 상담을 받으러 무작정 오전 시간에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그냥 동네 병원 가듯이 가는 건 줄 알았는데, 여기는 초진 받으려면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고 하더라. 잘 모르고 간 탓에 두 곳에서 접수도 못 하고 세 번째로 찾아간 곳에서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았다.


진료실에 들어가면 뭐라고 해야 하지,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지, 나름대로 준비하고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 얼굴을 보자마자 왜인지 눈물이 났다. 요즘 계속 울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울고 싶은데 눈물은 안 나요. 


병원을 찾았던 어제 아침이 딱 그랬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 울적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 이유도 그렇다. 오늘은 일어나서도 기분이 괜찮길래 그래도 어제 병원에 다녀온 게 나름대로 위안이 됐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오전에, 지금 이 글을 쓰기 전까지 괜찮다가 갑자기 또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배고픈 와중에 기분이 안 좋아져서. 그래도 배는 고프고, 그래서 냉장고 앞에 서서 한숨을 쉬다가 무작정 지금 기분을 글로 남겨 본다.


똑같이 울고 싶은 기분이 번뜩 들었는데,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으면 그냥 울어 버리고 털자는 주의라서 최대한 울려고(?) 한다. 입꼬리를 잔뜩 내리고 흐느꼈는데 그냥 촉촉하게 눈물이 고인 정도.


이틀 전만 해도, 아니다 지난 주만 해도 이렇게 눈물이 안 나길래 이제 우울한 게 좀 가셨나 했더니 여전히 기분이 안 좋다. 매일 오전을 이렇게 우울한 기분으로 시작해서 매사에 흥미로운 일이 하나도 없어졌다.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병원에서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제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어요. 이게 지금 엄살을 부리는 건지."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힘드니까 우는 거지. 무의식 중에 본인한테 엄살 부리지 말라고 하나 보네."


의사 선생님의 말에 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아까는 또 눈물이 안 나더니 어제 선생님과의 대화를 글로 적으면서 또 눈물이 난다. 그래서 어제는 약 대신 테스트지를 받아 왔다. 틈날 때마다 답안지를 작성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약간 걱정된다.


진료 받은 병원은 한 곳이었지만 앞서 들렀던 두 곳에도 사람이 많았고, 내가 방문한 곳도 계속해서 예약자들이 들어왔다. 생각보다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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