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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은 Sep 26. 2021

우리는 ‘잘’ 살 필요가 없다.

우리는 나란히 걸을 때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 완

* 제목 에피소드

마지막 챕터의 제목을 무엇으로 해야할지 오래 고민하다가

첫번째 챕터인 <왜 꼭 '잘' 살아야하나요>와 수미상관의 느낌으로 맞추어 썼습니다:)




타지 생활을 하며 내 인생에 두 가지가 바뀌었다.


첫 번째는 부모님과의 관계.

서로 떨어져 살기 시작하면서 점차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아졌다.


내가 혼자 살아가며 내 작은 행동들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부모님의 삶을 하나씩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그동안 착각하고 있었던 점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부모님은 아이가 아니라서 돌봐줄 필요가 없다. 나는 그동안 싸우고 울고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내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부모님은 이미 내가 지나온 이 젊음의 시간들을 모두 거쳐왔다. 부모님은 나보다 훨씬 어른이고 내가 부모님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


부모님은 내가 아니고 나도 부모님이 아니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 내게 책임질 나의 삶이 있다면 부모님 역시 부모님이 짊어져야 하는 삶이 있다. 내가 부모님의 기대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 부분까지 합쳐 부모님의 삶이고 인생이다.


두 분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고 우리는 각자의 객체로써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 몸 한 생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다른 몸과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두 번째는 삶에 대한 태도이다.

우리는 ‘잘’ 살 필요가 없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인류는 위대하나 인간은 언제나 보잘것없었다.


나는 언제나 먼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이미 우주의 먼지이다. 끝없이 넓은 우주에는 수만 개의 행성이 있고 지구는 그중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은 그 아주 작은 지구 속의 많은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고, 나는 70억 명의 인간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먼지의 삶을 궁금해하지 않는 것처럼 우주도 한 명의 인간인 나의 삶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은 짧다. 내 멋대로 살다가, 내 멋대로 가면 된다. 내가 죽은 지 천년, 만년 후 내가 여기 살았음을 기억하는 존재는 없고 기억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존재가 그렇다.     


인간에게 주어진 사명 따위는 없다. 있어 보인다면 착각이다.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살고 누군가를 위한 삶 따윈 없다. 가족을 위한 삶? 부모님을 위한 삶? 나는 그냥 내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너무 가까이 서 있기 때문에 괴롭다. 잘 살아야 할 것 같고 부끄럼 없이 살아야 할 것 같다. 이 정도는 해야 할 것 같고 내가 못 해내는 것이 실망스럽다.


그러나 파도가 치는데 하나의 물방울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듯 인류의 시간이 흐르는데 나 하나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내 존재를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내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아야 한다.     


내가 없어도 이 행성과 인류의 역사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떻게 살아도,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를 이루는 나이, 성별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 모두 적당히 살아도 괜찮다.




출판 스튜디오 '쓰는 하루'에서 <남김없이 응원해>로 출판했던 글을

브런치에서도 같이 읽고 싶어 업로드합니다:)


책쓰게 9기 출간 도서 <남김없이 응원해>

-출판사 : 키효북스

-저자 : 이상은, 신나윤, ㅅㅅㄱ, 신성희, 황지영, 정진이,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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