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관계속에서 존재하는 인간

자기보존의 윤리

by 이수염

인간의 삶에서 자기보존이라는 말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자신을 지키려는 태도는 쉽게 이기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먼저 생각할 때 그 사람을 차갑다고 느끼기도 하고, 관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을 때 그를 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해 보면 이 판단은 언제나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 인간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유지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지속할 수 없다. 삶도, 관계도, 사랑도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존재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자기보존은 인간의 이기적인 충동이 아니라 오히려 삶이 지속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 속에서 종종 자기소모가 미덕으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하고, 관계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태도를 숭고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진심 어린 선택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의 일부를 내놓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은 분명 존경받을 만한 면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는 윤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헌신이 자신의 삶을 지키는 방식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것이 삶을 유지하는 방식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전자의 선택을 더 고귀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사실 두 선택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일 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특히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사랑은 삶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 중 하나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힘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기도 한다. 사랑은 인간을 성장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때때로 자신을 소모하게 만드는 관계로 변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것이 소모라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랑의 초기에는 대부분의 어려움이 오히려 기쁨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대를 위해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쓰고, 자신의 삶의 일부를 조정하는 일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경험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의 무게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는 기쁨이었던 것이 점차 피로가 되기도 하고, 처음에는 의미였던 것이 점차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은 자신이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던 관계가 사실은 자신의 삶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언제 관계를 지켜아 하고, 언제 관계를 끝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관계의 끝을 실패로 생각한다. 특히 사랑의 관계에서는 그 경향이 더욱 강하다. 관계를 끝낸 사람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관계의 끝이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관계는 끝나는 것이 오히려 삶을 지키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유지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관계가 자신의 삶을 심각하게 흔들기 시작할 때, 관계를 멈추는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자기보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선택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관계를 끝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단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했을 뿐일 수도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관계를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자신의 삶의 균형을 크게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래서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는 두 가지 극단이 존재한다. 하나는 너무 빨리 떠나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늦게 떠나는 태도다.


자기보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관계의 위험 신호를 지나치게 빨리 감지한다. 그들은 관계가 복잡해지기 전에 거리를 두고, 상처받을 가능성이 보이면 관계를 멈춘다. 겉으로 보면 이것은 매우 현명한 태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때때로 관계가 충분히 깊어질 기회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자기보존이 약한 사람들은 관계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정을 느끼고,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려 한다. 이런 태도는 분명 성숙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을 지나치게 소모하게 만들 위험도 있다. 그래서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도, 떠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머물고 언제 떠나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이해는 단순한 이론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만 이런 균형을 배운다. 관계를 지키려고 했던 경험도 필요하고, 관계를 끝냈던 경험도 필요하다. 때로는 실패를 통해 배우고, 때로는 상실을 통해 배우기도 한다.


결국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조금씩 이해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관계 속에서 흔들리고,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경험들이 서로 이어질 때, 우리는 조금씩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해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하나의 균형을 배우기 시작한다. 자신을 지키면서도 타인을 이해하려는 태도, 관계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 어쩌면 이것이 인간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윤리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자신의 삶을 유지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언제나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노력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알게 된다. 사랑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어야 할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사랑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일일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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