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그것 또한 사랑이라고 할 수밖에

by 이수염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다. 사랑이 넘치지만 가슴 아픈 그런 편지.

편지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 나는 요즘 평온하지만 평온하지만은 않은 날들을 보내는 중이야. 너도 나와 같을까? "


나도 그랬다. 평온하지만, 평온하지만은 않은 그런 날들.

어쩌면 애써 노력해서 괜찮은 척 지내고자 하는 날들.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어려운 감정이다. 내가 글을 더 잘 썼다면,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 평온하지만 평온하지만은 않은 ' 문장으로만 보면 이미 끝이 난 관계를 부정하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분명 거기에도 사랑이 존재했을 것이다. 아니 존재했다. 음양문양처럼 검은 마음과 흰 마음이 서로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돌고 도는 것처럼, 찬공기와 더운 공기가 방안을 위아래로 돌고 도는 것처럼 분명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과 연을 맺고 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참 마음이 아픈 순간이 많다. 우리는 미움을 느끼는 존재이기에, 사랑하면서 또 미워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람의 결에 대해 물어보면, 보통 두 가지로 대답한다.

' 나는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이 좋아. ' 혹은 ' 나는 나와 다른 느낌의 결의 사람이 좋아. '

이 문장에는 엄청난 함정이 존재한다. 같은 결이란 무엇이고, 다른 결은 무엇일까?

내 경험 상으로는 같은 결을 좋아한다는 의미는 ' 내가 좋아하는 나의 점을 상대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 나와 다른 결을 좋아한다 ' 란

' 나는 없지만 있었으면 하는 점을 상대가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뜻이 된다.

결국 두 가지 다 좋은 점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있는 나의 좋은 점, 나는 없어도 배우고 싶은 점인 셈이다.

어떠한 경우로 가도 결말은 두 가지이다. 애정이 샘솟을 때의 시작은 모두 좋겠지만, 관계의 익숙함이

편안함을 넘어 비존중으로 간다면, 나와 같아서 다투고, 나와 달라서 다투게 된다.


그 애와 나는 비슷하고 또 달랐지만, 위의 경우와는 다른 경우다.

우리는 서로 닮지 않았으면 하는 점을 닮았었고, 서로 닮았으면 하는 부분이 달랐다.

그렇지만 사랑을 한 것은 사실이다. 사랑은 복합적이어서 나와 그 애의 사랑에는 모든 게 들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 미움, 증오, 애틋함, 안쓰러움, 책임감, 심술, 질투, 시기심 등 포함되지 않은 감정이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처음에는 나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부정적 감정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몹시 싫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 그 애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결국 우리의 사랑이 꽤나 돈독했던 것은 그 사랑에 긍정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것들도 뭉쳐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관계 속에서 해소하고자 우리는 몹시도 애를 썼다. 그 서로의 의지가 관계를 이어줬던 것은 아닐까?


누구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유지되고 있는 사랑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간 사랑은 미움으로 착각하거나, 신경 쓰지 않으며, 또 어떤 이는 시간 속에 파묻어 기억조차 못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다. 추운 겨울날 추위에 떨고 있는 고양이에게 눈길 한번 주는 것, 친구가 내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잠시 미웠던 것, 부모님 가게를 도와주기 싫지만 책임감으로 도와줬던 것, 그 모든 것이 다른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또한 사랑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래서 위대한 것이다. 살면서 모든 사랑의 형태를 알기 어렵고, 끝끝내 알 수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며 사랑을 한다.


사람의 마음이 복합적인걸, 왜 나는 그 애를 만날 때 간과하고 있었을까?

내가 오래도록 마음의 한쪽만 쓰고 산 탓일까? 평면의 나는 입체적인 그 애가 매우 힘들었다.

역설적이게도 평면인 내가 입체적인 그 애를 만나 입체적인 사람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미워했다. 아직도 그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덩어리의 유기체들을 뭐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그저 사랑이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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